얼마전 갓 대학을 졸업한 지인이 CV(Curriculum Vitae)를 한 번 봐 달라고 연락이 왔다. 나도 CV를 잘 쓰지 못한다. 그래서 CV를 직접 봐주는 것 대신, CV를 쓰면서 느꼈던 경험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력서는 컨텐츠다.

이력서는 동일한 규격과 메시지(저를 뽑아주세요…) 와 사전에 공개된 고객의 니즈에 적합한 내용을 전달하는 직설적인 컨텐츠이다. 즉, 전달하는 내용 외에는 타 경쟁자 대비 차별점을 드러낼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하지 않는다.

제가 누굽니꽈~~!!!

그리고 전달하는 내용은 “나는 누구인가?”, “왜 나를 뽑아야 하는가?”에 명확히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회사의 면접관은 이력서를 읽으면서 자신의 니즈와 일치되는 접점을 이력서로부터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구직자는 이 접점을 예측하고 그 접점에서 발생하는 상호작용을 극대화 시킬 수 있어야 한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그 접점까지 면접관을 자연스럽게 안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면접관은 수백장의 이력서를 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비판적인 인식을 갖고 이력서를 대한다. 이 저항을 깨는 방법은 면접관과 동일한 가치나 상황을 공유하면 된다. 면접관에게 구직자가 겪은 삶을 공유해주고 “면접관 본인이라면? 일반인이라면? 어떤 결정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스토리 텔링이 필요하다.

모든 사람들은 스토리가 있다

생각보다 많은 친구들이 자주 했던 말이 “쓸 것이 없다”였다.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고, 지금도 가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해서 의미를 스스로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결과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로봇이 아니다. 특정 상황에 대해서 특정 가치에 우선순위를 매겨서 이를 실행으로 옮겨왔다. 그리고 그 결정은 이후에 할 결정에 어떤 형식으로던지 영향을 미쳐왔다.

휴리스틱스라는 녀석 덕분이다. 심리학이나 컴퓨터 공학에서 쓰이는 경험적 지식을 일컫는 말이다. 인간은 어떤 문제에 대해서 의사결정을 할 때 과거의 경험에 기반해서 비효율적인 의사결정 단계를 생략하곤 한다. 참고로 유명한 모 전 대통령께서는 휴리스틱스를 아주 잘 사용하시곤 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여튼 우리는 삶의 주요 의사결정에 대해 의지를 반영해왔다. 그리고 이에 기반한 결과가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모든 일들이 다 이와 같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기승전결 구조의 스토리가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점에서 일기를 쓰는게 꽤 도움이 되었다. 이미 다 잊어버렸던, 많은 사건들의 뒷이야기를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삶에서 스토리를 찾아서 곱씹어보면 무엇인가 공통적인 요소가 오랜 시간 의사결정에 결정적으로 뒤에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나는 그 것을 코어(Core)라고 묘사하였다.

 

직업보다 스킬, 스킬보다 코어(Core)을 찾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직업과 스킬은 모두 변한다고 생각한다. 종사하는 산업이 바뀌면 동일한 직업군일지라도 업무분장은 바뀐다. 그리고 스킬은 트랜드가 바뀔 때마다 바뀐다. 필요스킬을 제 때 습득하지 못하면 도태되었다는 소리를 듣기 쉽다.

하지만 코어는 바뀌지 않는다. 본질적으로 사람은 쉽게 안 바뀌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은 그 코어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삶의 영역을 확대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코어로서 관찰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자연스레 비슷한 코어를 요구하는 데이터 분석 분야에 보다 쉽게 접근하게 된다. 

코어라는 것이 어떤 특출한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반복해왔고 매번 동일한 수준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특정한 행동이라면 코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코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킬이 요구하는 핵심능력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러므로 코어가 아무리 사소해 보일지라도 나는 그 행동으로부터 자신이 앞으로 어떤 것을 좋아하게 될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이 코어는 자신의 삶의 모든 주요 결정을 관통하고 있는 주요 요소여야 한다(일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력서를 관통하는 키워드 일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코어를 발견할 수 있다면 자신을 누군가에게 소개할 때 “나는 ~한 사람입니다” 라고 말하는데 거리낌이 없을 것이다. 자신의 삶이 그 코어의 진실됨을 입증하기 때문이다.

결론

2시간 동안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나도 참 많은 부분을 반성할 수 있었다. 생각한 것 대비 행동은 없었기 때문은 물론이고 내 강점을 발견하고 체계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이 기억되는 모습은 죽기 직전의 모습이라고 남은 생애 동안 이를 발견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 해야겠다.

그리고 CV에 대한 조언 대신 헛소리를 들은 지인도 부디 무언가 얻어 갔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