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글쓰기 연습 10회 연재작 (5) – 첫 날

시작하기 전에

슬슬 숨이 턱턱 막히기 시작한다. 글을 이렇게 길게 쓴 적이 있던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것은 논문이었다. 내 생각을 골자로 다른 선배 학자분의 어깨에 올라가는 여정에 관한 글이었다. 리서치 과정까지 마무리되면 글의 양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글의 양이 너무 많아져서 문제였다. 하지만 이번 글은 다르다. A-Z(갑자기 정규식이 기억난다)까지 오로지 내 생각으로 써야 한다. 내 생각뿐이었다.

겉핧기로 쓸 수 있는 양은 점차 고갈되어 간다. 다양한 관점과 관찰 없이는 글을 이어갈 수 없다. 이즈음 되니, 비로소 글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 샘솟는 것 같다. 어린 시절 중학교 담임 선생에게 들었던 말이 있다. 그 선생님은 나를 일컬어 “적응력이 좋고 지나칠 정도로 자족감이 높은 편이니, 매번 더 어려운 곳에 보내야 하는 학생”이라고 말해주었다.

적응력이 좋고 지나칠 정도로 자족감이 높은 편이니, 매번 더 어려운 곳에 보내야 하는 학생

지난 20년을 돌이켜보니, 선생님의 말씀대로 사는 게 더 효과적이었다. 그게 필자의 삶을 더 생각하는 삶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이제는 생존을 걸고 더 나를 바꾸고 단련해야 하는 자리였다.

오늘 이야기는 그런 삶을 시작한 첫날에 대한 이야기이다.

 

입구에 들어서다

거의 1년 6개월 만에 아침 일찍 일어났다. 비교적 출퇴근이 자유로운 스타트업이니 더 잘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될 수 있는 대로 다른 동료보다 일찍 가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짧지만 직장생활을 해보니 근태는 가장 쉽게 챙길 수 있는 성과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크게 티가 나지 않지만, 근태의 중요성은 직장생활에 위기가 닥쳤을 때 나타난다.

변명할 겨를도 없이 공격받기에 적합한 부분이 된다. 그리고 이를 시점으로 모든 성과에 의심이 더해지게 된다. 본질적인 부분이 공격받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깨달았을 때는 매우 늦은 시점이다.

사설이 길었지만, 하여튼 그래서 일찍 갔다. 그 이후로도 계속 일찍 갔고, 나름 팀에서는 가장 먼저 나오는 사람들 중의 한 명이 되었다.

그렇게 첫째 날, 회사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동료들 이야기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역시 동료들이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중 한 명이 와서 필자의 노트북을 셋업해주고 업무를 시작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셋업을 하고 업무를 준비하면서 동료들을 계속 지긋이 관찰하였다. 그들은 필자가 이 회사에서 있는 동안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지표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이 아닌 대기업이어도 성공하기 어려운 요즈음이다. 그래도 스타트업을 하는 이유는 결국 “구성원의 성장”이다. 다른 산출물은 실패할지 모른다. 하지만 스타트업 구성원의 성장은 어느 정도 보장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그들을 관찰할 때 그들의 첫인상은 꽤 좋았다. 특히 동물원이 아닌 야생에서 생존을 맞닥뜨리고 일해왔음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서로의 생존을 위해 서로를 최대한 도와주었다.

동시에 데이터 분석가답게 문제를 끊임없이 다른 관점으로 보기 위한 훈련을 하고 있었다. 흔히들 데이터를 천연자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천연자원의 가치는 어떻게 활용되어지는데에 달렸다. 동료들은 데이터의 활용가치를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결과를 내는 일에 익숙해있었다. 불과 2~3년 차의 친구였는데 말이다.

 

업무를 준비하면서

업무를 준비하면서 놀란 것 중 하나가 솔루션 대부분이 클라우드 기반이었다는 것이었다. 매우 자연스럽게 말이다.MS, Amazon, Dropbox는 여기서는 너무나도 친숙한 브랜드였다.

대기업에 있던 시절 클라우드의 중요성은 빠르게 부각되었다. 모든 마케팅 메시지와 솔루션은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재구성되었다.

하지만 누구도 클라우드를 적극적으로 쓰지 않았다. 사내에 처음 클라우드를 도입했을 때가 기억난다. 느리다고 했다. 불편하다고 했다. 솔루션을 쓰지 않은 자가 마케팅을 한다. 진정성이 느껴질까?

게다가 빠른 의사결정을 기반으로 신기술 도입에 대해 매우 빠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불과 4년 전 데이터 전처리 엔지니어로 일했을 때 경험 중 솔루션에 대한 전문성은 이곳에 오니 그다지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끊임없이 적응해야 했다. 꽤 상쾌한 느낌이었다.

 

프로젝트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첫날 기분은 그야말로 당황스러움 그 자체였다.

우선 비즈니스 모델은 알았지만, 구체적인 부분을 몰랐기 때문이다. 데이터의 구조는 스스로 알아보고 동료에게 물어야 했다.

아울러 기술적인 부분이 부족했다. 워낙 오랜만에 쿼리를 돌리고, 파이썬과 R을 만져본 탓에 기존 프로젝트를 인계받아 진행할 때 코드를 이해하는 부분에 많은 시간을 소요하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어려웠던 부분은 커뮤니케이션이었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가?”, “이를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가?” 끊임없는 스트레스였다.

머신러닝, 딥러닝 등 다양한 기술을 쓰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결국, 분석의 결과를 공유하고 비즈니스로 연결하지 않으면 분석에 들인 시간은 그냥 뻘짓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부분 이상으로 절실하게 필요한 부분이었다. 커뮤니케이션의 구조나 흐름, 방법, 속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2018년이 슬슬 기대되기 시작했다. 간절함이 생겼고, 여기에 생존이 더해진 까닭이었다.

 

이렇게 조이에서의 첫날은 빠르게 지나 가버렸다.

 

이전 글

글쓰기 연습 10회 연재작 (1) –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다.

글쓰기 연습 10회 연재작 (2) – 스타트업에서 일을 찾아보기

글쓰기 연습 10회 연재작 (3) – 좋은 스타트업 골라내기

글쓰기 연습 10회 연재작 (4) – 스타트업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