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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일과 영성, 소명으로서의 일과 복음의 역할

한 줄 평

일, 일반계시, 공동체의 유익 간 관계를 이어줄 수 있는 복음의 힘을 알고 싶다면 이 책.

서평

학창시절, 심리학자 매슬로우의 Hierarchy of Needs를 본 이후, 줄곧 일은 자아실현의 수단이라고 굳게 믿어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믿음은 점차 퇴색해 왔다. 다양한 군상의 사람들을 회사에서 봐왔기 때문에 필자도 모르는 사이 점차 다른 생각을 받아들여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그 믿음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해보지 않았던 나태함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이를 깨닫게 해준 시간을 갖게 되어 그 사이 누군가가 추천해주었단 팀 켈러 목사님의 ‘일과 영성’을 곱씹어 보면서 읽을 수 있었다. 팀 켈러 목사님은 리디머 교회의 목사로 사역하시면서 직장인들의 다양한 삶과 욕구를 관찰하셨고 이를 바탕으로 크리스쳔으로 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복음과 연결지어낼 수 있는지 설명하신다. 책을 읽은 후 필자는 그 설명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서 볼 수 있었다.

첫 번째, ‘창조사역의 일부로서 일’이었다. 모든 일은 하나님의 창조와 개척사역의 일부(조각)로서 일의 가장 이상적인 결과는 천국에서 임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하는 일에 대해서 하나님의 소명의 일부로서 열정을 갖고 임해야 한다. 종종 많은 사람들이 일에 대해서 교회 사역만이 주를 위한 일이라고 보고 세상일에 대해서 이분법적으로 나눠서 보는데 이는 옳지 않다고 목사님은 말씀하신다.

두 번째, ‘일반계시(은총)를 기반으로 세상을 보는 힘’이었다. 오래 전에 제자훈련을 받았을 때, 하나님의 계시는 일반계시와 특별계시가 있다고 배운 적이 있었다. 여기서 일반계시는 세상의 만물을 통해서 자연스레 알 수 있는 하나님의 위대하심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이는 신앙의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이들이 암묵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계시가 있기에 우리는 때로 신앙이 없는 이가 신앙을 가진 크리스천보다 더 너그럽고 사랑의 힘을 아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일반계시를 통해 세상의 일을 바라보고 각각의 일에 주님이 주신 의미가 무엇인지 인지해야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교회에서의 삶과 세상에서의 삶을 구분하는 필자에게는 정말 와닿는 말이었다. 나아가 앞으로의 회사생활의 모든 일에 대해서 적용해야할 부분이기도 하였다.

마지막으로 ‘공동체의 유익’이었다. 성경에서는 믿음, 소망, 사랑에서 사랑이 그 제일이라고 말한 바가 있다.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과 일반계시를 바탕으로 일을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올림픽 선수와 같이 선별된 마음으로 일을 할 때 우리는 비로소 일을 크리스쳔답게 할 수 있다고 목사님은 말씀하신다. 필자는 이 부분에서 ‘이너게임’이 떠올랐다. 이너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외부의 자극을 벗어나 내면의 고유한 반응에 신뢰를 가지고 나아가는 것이다. 일이 점차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인간의 인간됨과 디커플링(Decoupling)되는 상황을 벗어나 크리스쳔의 크리스쳔됨을 깨닫고 이를 바탕으로 일을 해나가야 한다는 책의 설명과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였다.

위 세 부분을 바탕으로 일을 견지하고 해나가야 한다. 아울러 목사님은 안식의 중요성을 말씀하셨다. 오롯이 쉼을 추구함으로써 삶의 균형을 가져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일이 없는 안식은 만족스럽지 못한다. 즉 일과 안식이 공존할 때 우리는 일이나 안식을 우상으로 숭배하지 않고 오롯이 그 중앙에 계신 창조주를 볼 수 있다. 최근에 정선에서 요가를 해본적이 있다. 1시간 남짓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잠시 모든 것을 잊고 가장 나를 위한 마음과 태도로 삶을 바라볼 수 있었다. 하나님의 말씀하신 안식이 이런게 아닐까 싶다. 이런 안식을 매번 가져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다.

시간은 거스를 수 없다. 가지고 있는 은사나 재능을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없다. 바꿀 수 있는 것은 오롯이 관점 뿐이다. 그러한 생각 속에서 여행중에 읽은 이번 책은 어렵지 않았으나 크리스쳔으로서 잊고 있던 관점을 새롭게 일깨어준 책이라고 볼 수 있었다.

모든 책이 ‘이론편’이 있고 ‘실무편’이 있는 것처럼, 책에서 보고 배운 내용을 마음에 내재하고 실천하기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이후에 방황의 시기가 왔을 때 뒤에서 필자를 불러줄 질문을 던져줄 것을 기대하며 글을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