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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츠바키 문구점 – 손글씨에서 묻어나는 따스함

몇 달 전 쯤이었다. 첫 조카의 돌에 다녀올 일이 생겼다. 아내가 첫 돌인데 삼촌으로 편지를 써주는 것이 어떻냐고 권하였다.  테이블 앞에 편지지를 두고 잠시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지금은 전혀 읽을 수 없는 글이겠지만 이 아이가 컸을 때 이 편지가 어떤 의미이면 좋을까? 그리고 나는 이 아이에게 어떤 존재로 각인되면 좋을까?

한 참의 생각 끝에 다소 어린 아이가 이해하기에는 진지한 글을 써내려갔다. 아마도 조카가 커가면서 더욱 행복을 누릴 수 있으면 하는 바램에서 그렇게 쓴 것 같았다.

그 이후 몇 개월이 지난 후 만년필과 글쓰기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회사의 동료분과 나누다가 이 책을 소개 받게 되었다. 아마도 이 책의 주인공과 많은 공감을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하신 까닭에서 소개해주신 듯하였다.

츠바키 문구점은 언뜻 보면 평범한 동네 문구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에도 시대부터 현재까지 남을 대신하여 글을 써주는 대필 전문소(?)이다. 현재의 주인인 포포는 11대 대필가이다.

포포는 대필을 해줄 때 반드시 요청한 이의 사연을 들으려고 노력한다. 어떠한 연유로 대필을 요청하였는지, 담고 싶은 마음은 어떠하였는지에 대해서 최대한 들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나서 대필자의 마음가짐을 온전히 담기 위해 필체와 어투, 그리고 필기도구의 종류, 편지지와 우표종류, 마지막으로 밀봉 방식까지 고민한다. 심지어 편지를 쓰는 시간까지도 그녀는 심각하게 고민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녀는 본인도 조금씩 감정의 변화가 생기고 있음을 느끼기 시작한다. 대필가로서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이의 마음 속 실타래를 풀어주고 이를 통해 과거의 감정에서 헤어나어지 못하는 이들을 현재, 그리고 미래로 더욱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본인이 가지고 있던 실타래 역시 풀어나가고 있던 것이다.

특히 선대와의 관계가 그러했다. 선대는 포포를 대필가로 키우기 위해서 포포에게 정을 주기보다는 혹독하게 수련시키는 데 집중하였고 그런 경험 탓인지 포포는 선대를 ‘선대 대필가’ 그 이상으로 좀처럼 대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연하게 포포를 걱정하는 선대의 진심 어린 편지를 보고 그녀는 조금씩 선대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기 시작한다.  부모님의 마음이 이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 특히 아버지들을 그들의 감정을 직접 표현하지 못한다. “그저 밥을 잘 먹었는지 잘 사는지”라고 묻는 게 전부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가고 보니 그게 “사랑한다”는 뜻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선대에게 “대필의 수련과정”은 “사랑한다”를 전달하는 또 다른 과정이었을지 모른다.

대필은 단순하게 보면 “대신하여 글을 쓰는 과정”에 불과한 것 같지만 온전히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고, 또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관점에서 배려를 보이는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글의 말미에서 포포의 삶이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이 책에서 포포의 성장, 그리고 부모님의 마음을 모두 느낄 수 있어 조금이나마 입가에 미소를 느낄 수 있었다.

디지털의 시대가 다가오면서 정보의 양이나 속도로 보건대 점차 필사는 점차 옛것이 되어 보기 드물어지고 있다. 하지만 글자, 한 획, 한 획부터 범인이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담아 상대방에게 담을 수 있는 것은 여전히 글쓰기밖에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