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코노크러시, 경제를 전문가에게만 맡겨놓는 것의 위험성

아주 친한 사이, 심지어 가족이라고 해도 이야기하지 말아야할 주제가 있다. 바로 정치이다. 매 명절마다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잘 못 꺼냈다가는 이분법적으로 나눠진 틀 사이에서 치열하게 싸운다. 그리고 그 때마다 각 팀(?)의 의견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경제 현황과 수치가 오고간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수치는 오고가지만 그 수치에 대해 어떻게 계산되었는지, 그 배경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았다. 아니 못하였다고 하는게 맞는 것 같았다. ‘정치관’이라는 주요한 관점을 논의하는데 사용된 주요근거인 경제학 수치에 대해 사실 깊게 생각해보지도, 그리고 해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경제학은 그만큼 사회에서 개인은 접근할 수 없는 학문이지만 이 사회를 운영하는데는 주요한 학문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 책은 이러한 현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책이다. 이 책의 제목인 ‘이코노크라시’ 는 ‘이코노믹스(경제학)’와 권력 통치를 뜻하는 ‘크러시’를 합친 조어로, ‘경제학이 통치하는 사회’란 뜻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개인적으로 ‘대량살상수학무기‘의 내용이 계속 기억났다. 대량살상수학무기는 수학과 데이터의 효율성 및 자동화라는 미명아래 간과되어지는 부분들이 어떻게 개개인의 삶, 특히 일반인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고발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다뤄지고 있는 경제학의 한 갈래인 ‘신고전 학파’ 역시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경제학 전공이 아니다보니 신고전학파의 특성에 대해서 잠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다 보니 다음과 같은 정의를 찾을 수 있었다.

신고전파 경제학(新古典經濟學)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상징되는 고전파 경제학을 계승한 학파로, 정부의 적극 개입을 주장한 케인스 경제학에 대응해 형성된 학파다. ‘합리적 인간’이 논리의 바탕이다. 시장을 자율에 맡기면 가격의 기능에 의해 생산과 소비가 적절히 조화되고 경제도 안정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작은 정부’를 옹호한다.

Wikipedia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신고전학파는 ‘합리적인간’이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세워졌고 주류로서 성장해왔지만 거시경제, 환경, 불평등 등 다양한 측면에서 맹점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맹점을 다양한 학파의 의견을 통해 보완하기 보다는 하나의 교리인 것 마냥 학생들을 양산하고 있다. 그리고 이 학생들은 이러한 현상을 더 강화하고 고착화하는데 사용되어지고 있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저자는 다원주의의 수용, 시민/경제학자들의 양성을 통해서 일방적인 이론의 주입과 정보의 불균형성을 타파해야할 필요성을 역설한다. 이 역시 ‘대량살상수학무기’의 저자인 캐시오닐이 제안한 방향과 많이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학문의 유리화’가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불평등성 약화를 만나면서 발생하고 있는 흐름이 우리 사회의 주류학문 중 하나인 경제학에서는 어떻게 발생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과거에 비해 우리는 이제 다양한 정보를 너무나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몇몇 학문들은 우리 사회에 주요한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이해할 수 없는 용어와 논리를 바탕으로 따로 놀고 있다.

개인적으로 같은 학교 출신이 썼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책을 처음 읽어보게 되었지만 한 발 더 나아가 앞서 언급한 학문의 유리화와 이에 대한 항거가 주 관심사인 컴퓨터공학과 경영학이 아닌, 다른 학문에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게 되어 쉽지는 않지만 꽤 흥미있는 책이었음에는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