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자기인생의 철학자들, 인생경력자의 말말말

평균 나이 72세, 자신의 인생에 대해 말한다.

이 책의 서브타이틀이고 필자를 한순간에 사로잡은 말이었다. 이제 서른 중반에 도달하고 있는 필자에게 72세란 뜬 구름 같은 숫자이다. 저 나이가 되면 무슨 생각이 들까? 그리고 그 생각에 어떻게 믿음을 부여하며 지탱해나가고 있을까?

분명 저 연배가 되면 누구나 자신의 생각에 대한 흐름이 공고하게 잡히게 될 것이며 깊이가 생겨날 것이다. 그야말로 삶의 경력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경력이 갖는 가치는 개개인 모두 다를 것이다. 특히 최근에 읽은 김창준님의 “함께 자라기“에서경력과 전문성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된 터라 더더욱 책에 등장하는 분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책이 그렇게 두껍지 않고 인터뷰내용의 재구성인지라 출퇴근길 빠르게 읽어볼 수 있었고, 다행히도 몇몇 가슴을 울리는 문장을 볼 수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인 변호사 니시나카 쓰토무님의 글이 가장 와닿았다.

내가 있고 부모님이 있고 또 부모님이 있습니다. 10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1024명입니다. 만약 이 1천명 남짓한 조상 중 자기 자신을 죽음으로 내몬 사람이 한 사람만 있었어도 지금의 나는 없겠죠. 부모님을 통해 내 생명의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신에게 도달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필자가 태어나기까지의 확률에 대해 놀라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놀라운 사실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스스로를 정의하고 살아간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는지 다시금 알게 되었다.

일에 관련해서는 윤여정씨의 직업관이 크게 가슴에 와닿았다. 지금 필자가 일을 하면서 생각하는 원칙을 30년 이상 지속하면 저렇게 말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그렇게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을 머금게 해준 아주 깔끔한 문장이었다.

공부는 하지 않아도 숙제는 반드시 한다.
자신에 대해 솔직하며 타인과의 약속에 대해서는 철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말할 부분들은 자신의 의지에 대해서는 솔직하다

이외에도 가슴을 울리는 다양한 문장들을 접하면서 삶을 다시 가다듬을 기회를 접했던 것 같다. 사실 문장을 만드는 건 글을 쓸 줄알면 어린 학생들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가지고 자신의 삶과 함께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매우 동경하고픈 일이다.

그러한 이유로 가볍지만 무거운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많이 정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신입사원과는 정말 다른 시기를 근래 지나면서 삶에 대한, 그리고 업에 대한 프로페셔널함에 대해 빈번히 고민하는 시기이다. 책에 나온 인터뷰어들을 보면서 누군가 리뷰한 것처럼 책을 읽으면서 정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소장까지 할 책은 아니어도 문장집으로서 종종 기억하면서 “나는 어떠한 문장을 남길 수 있는지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남겨준 책이었다.

행복하려면 크게 출세할 생각 말고 왠만큼 살라고, 부러워 하지 말고 네 몫만 찾아서 살라고 크게 출세하고 성공하는 사람 뒷조사해보면 다 분노가 있어요.

p.51

독서가 대단한건 재귀능력 때문이에요. 책갈피 사이에서 뒤돌아보고 반성하면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죠.

p.127

행복은 지나가는 감정이에요. 편안함과 감사함이죠. 눈떳는데 아직도 하루가 있으면 감사한거에요

p.192

시 쓰는게 별게 아니라 타인을 위해 신발을 바깥쪽으로 돌려놓는 행위에요

p.152

거절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것은 굉장한 행운이에요

p.272

독특하다는 것은 긍정적인 의미도, 부정적인 의미도 아닙니다. 우리들 각자는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고 차별화되죠 노인들은 점점 서로를 덜 닮게 됩니다.
그래요 나이 들수록 우리 각자의사랑스러운 부분과 불완전한 부분이 더 강하게 돌출됩니다.

p.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