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연습 10회 연재작 (4) – 스타트업 인터뷰

시작하기 전에

벌써 3회차가 진행되었다. 3회차까지 오면서 정말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한국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많았다. 하지만 필자와 Fit이 맞는다고 생각할만한 스타트업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8년 전 한창 취업준비생일 때가 기억났다. 생각해 보면 그때도 그리 갈만한 기업이 많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본인에게 맞는 기업이란 역시 찾기 어려운 법인가 보다.

하여튼, 그렇게 찾은 기업 중에서 다시 가고 싶은 기업을 고른 다음, 하나씩 지원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필자의 스타트업 경험은 시작되었다. 오늘은 그 중 최종까지 합격하고 현재 필자가 종사하고 있는 조이 코퍼레이션의 인터뷰 과정에 대해 최대한 중립적으로 나눠보려고 한다.

 

인터뷰 전

이력서를 보낸 후 채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한 통의 메일이 도착하였다. 인터뷰에 대한 일정 조율 메일이었다.

이게 몇 년 만인가. 거의 3년 만이었던 듯하다. 유학 전이었다. 흥미를 잃어버린 회사 생활을 탈피하고자 면접에 지원하곤 했다. 하지만 유학의 여파 때문인지 합격에 대한 간절함은 많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결혼 이후의 첫 면접이기 때문에 책임감이 자연스레 온몸에 배어 있었고 간절함은 자연스레 따라왔다.

어디에서 오는 간절함일까? 곰곰이 노트를 펴고 생각해 보니 이는 무지에서 오는 간절함이 아니었다. 이미 이 단계에 오기까지 많은 정보를 수집한 상황이었다. 여기에서 온 무지는 이제껏 모아놓은 정보를 어떻게 엮어낼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제 그 방법에 대해서 이제 정리를 시작해보았다.

크게 두 갈래로 정리해보았다. 첫 번째는 조이 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에 관한 것이었고, 두 번째는 필자에 관한 것이었다.

첫 번째, 조이 코퍼레이션에 관한 콘텐츠를 다시 두 단계로 나눠보았다. 첫 번째는 기업의 외적인 부분이었고, 두 번째는 기업의 문화라는 부분이었다. 외적인 부분은 다른 자료도 보았지만 앞서 언급했던 재무제표를 통해 주로 정리하였다. 재무제표를 보면서 회사가 투자를 받은 시점의 전후를 나눠 보았다. 그리고 그 전후 시점에 어떤 액션을 취해왔는지 보았다. 그리고 이를 스토리로 정리해보았다. 다시 말해서 이 회사의 전략에 대해서 내 언어로 다시 풀어내 보았다. 본디 전략이란 기존의 상태와 향후 바라는 상태간의 간극을 채워주기위한 하나의 이정표이다. 이 기준에 맞춰서 정리해보았다. 덕분에 조이 코퍼레이션이 걸어온 길 그리고 나아가야할 길에 대해 할 말이 생겼다.

여기까지 끝나고 난 후 문화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다행히 이 부분은 잡플래닛의 도움을 받았다. 잡플래닛에 있는 기업평가와 면접에 대한 글을 보았다. 이때 회사의 연차를 고려해서 연단위로 나눠서 정리해서 보았다. 해를 거듭할수록 회사는 나아져야 한다. 그러한 관점 아래 회사가 기업문화를 탄탄히 가져가고 있는지 확인해보았다. 이를 통해서 이 기업에 지원한 이유 및 입사 후 공헌할 수 있는 부분에 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거리를 만들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필자에 대한 부분을 정리해보았다. 이 부분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조이 코퍼레이션이 아니어도 다른 곳에서도 받을만한 그야말로 상투적인 질문이 많았던 탓이다. 예를 들어 “왜 이직하였는가?”가 그러한 질문 중의 하나였다.

 

인터뷰…

마침내 인터뷰 당일이 되었다. 준비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긴장되었다. 그리고 간만에 정장을 꺼내서 잘 다려서 입고 집을 나섰다. 역삼역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결과 여부와 상관없이 긴장감이 고조되기 시작하였다. 결과도 결과지만 지난 7년간 일해온 모습을 점검하는 시간이기 때문이었다.

인터뷰 시간보다 약 40분 정도 일찍 도착해서 회의실에서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40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 3명의 임원진이 들어왔다. 대표이사, 부사장, 분석 이사였다. 어라.. 그런데 나만 정장이었다. 다들 편안한 조거팬츠나 면바지 등을 입고 있었다. 별거 아니지만, 꽤 놀란 부분이었고 덕분에(?) 긴장이 눈 녹듯이 사라져버렸다.

간략한 자기소개 후 쉴새없이 질문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이 순간 재미있던 부분은 확실히 인터뷰 진행 과정이 대기업과는 판이하다는 것이었다, 이전에 있던 회사에 처음 입사할 때와 그 이후 가볍게 면접을 보았던 경험을 한 번 떠올려 보았다. 그들은 전체적인 질문의 구조가 어느 정도는 정해져 있었다. 마치 기승전결처럼 필수적으로 물어보아야 하는 요소가 있었고, 이 순서로 정렬된 질문 후보군 중 필요한 질문을 골라서 물어보는 형태에 가까웠다. 예를 들어, 그들은 필자에게 자기소개를 요청 후, 이직 이유를 묻고 그 다음에 기술을 묻고, 마지막으로 커뮤니케이션이나 회사생활에 대한 부분을 묻는 형태로 질문을 던졌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는 그렇지 않았다. 임원분들의 역할에 따라 질문의 타입이 명확하게 갈리는 편이었다. 예를 들어 임원 분중의 한 분은 “스타트업 경험” 여부에 큰 관심을 가지고 지속해서 질문하셨다. “왜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졌는지?”, “경험한 스타트업은 어떤 곳이었는지?”,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등, 스타트업에서의 경험, 그리고 역할 등에 큰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대표이사의 질문은 비즈니스 자체보다는, 조직구조, 그리고 기업의 성장여부에 관련된 질문을 더 많이 하셨다. 예를 들어, “기존에 있던 스타트업이 성장하게 된 요인”, “매니저에게 요구되는 소양과 입증”, “산업 전망”에 관한 질문 등이 그러한 예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스타트업할 것 없지 질문의 핵심은 같았다. “성장, 그리고 성장을 위한 5W1H”이었다. 이 부분은 지난 7년 가까이 개인적으로도 목마른 부분이었기에 질문의 난이도와 상관없이 재미있게 답변할 수 있었다. 물론, 인터뷰 후 “더 잘 답변할 수 있었는데…”에 대한 아쉬움으로 스트레스를 꽤 받았지만 말이다.

 

인터뷰 후

1시간 가까이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살짝 피곤하였다. 잠시 후 오퍼레이션 담당을 하시는 분이 들어왔다. 인터뷰 중 언짢은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였다. 그리고 향후 프로세스를 설명해주셨다. 프로세스를 들으면서 역시 스타트업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프로세스는, 반복된 절차를 자동화시키고 효율화 시키면서 나타난 하나의 산출물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대기업에 비해서 스타트업의 프로세스는 좀 덜 효율화되어있을 수 있다. 이를 개선해나가기 위한 시간이 양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물론 외부의 서비스를 소싱해서 쓸 수도 있으나, 이는 모두 비용이 들기 때문에 스타트업에게는 부담이다. (당시 시점에서) 이 곳 역시 프로세스 대부분이 수작업으로 진행이 되고 있었다.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프로세스는 시간상의 지연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의 미싱링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 부분은 조금 더 개선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부분은 자동화된다고 해도 한계점이 분명히 존재하긴 한다.

인터뷰 이후 1주가 지났고, 연락을 받았고, 필자는 이전 회사에 연락을 할 수 있었다.

 

이전 글

글쓰기 연습 10회 연재작 (1) –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다.

글쓰기 연습 10회 연재작 (2) – 스타트업에서 일을 찾아보기

글쓰기 연습 10회 연재작 (3) – 좋은 스타트업 골라내기

글쓰기 연습 10회 연재작 (2) – 스타트업에서 일을 찾아보기

시작하면서

지난번 첫 글에서는 스타트업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를 천천히 회고해 보았다. 대기업이 주는 타이틀의 힘은 분명 확실히 강점이었지만 이는 기업의 일원으로 소속되어 있을 때 한정되어 있었다. 더군다나 직장보다는 업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는게 요즈음의 사회이다. 평균 재직기간은 점차 줄어들고 있고 직무 안정성 역시 이전과 같지 않다. 다시 말해서 대기업이 줄 수 있는 장점은 그 의미가 약해지고 있다.

이러한 결정 아래, 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도와준 첫 회사를 정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 직장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오늘은 스타트업을 다음 직장으로 선정한 후 내가 진행하였던 일들에 관한 이야기를 써볼까 한다.

구체적으로는 (필자가) 일하기에 적합한 좋은 스타트업을 선정하기에 앞서 이제까지 해온 경력을 정리하고 이와 매칭해서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산업군, 스타트업 목록을 일차적으로 추려낸 과정에 대해서 간략히 이야기를 나눠볼까 한다.

 

내(가 해온) 일에 대한 정의

나는 어떤 일을 잘하고 좋아할까?

이직은 여러 경로를 통해 진행할 수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이직하려는 회사의 정규프로세스를 모두 진행하는 것이다. 제한된 시간 내에서 “내가 어떤 일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답변하고 이를 뒷받침해주기 위한 경력을 잘 보여주어야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한 직장에서 짧지 않은 시간을 머무르다 보니, 생각할 필요를 못 느끼고 잊고 있던 질문이었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변 없이 이직을 준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이 질문에 대해서 먼저 대답하는 것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그래서 회사에 다닌 이래 내가 무엇을 했는지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무작정 메모를 하다가 이후에는 Job Description를 참고해서 목적 – 과정(어려움 + 극복) – 결과 형태로 다시 정리하였다. 정리할 당시 영국에서 마지막 학기를 수업 없이 마지막 과제만 하고 있을 때 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단시간 내에 집중해서 수월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정말 많은 일을 진행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정리를 하고 나니 그간 진행해온 업무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좋아하고 자주하는 행동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강점혁명의 저자는 이러한 행동패턴을 강점이라고 부르며 “반복할 때마다 매번 완벽한 행동을 보이고 어느정도는 예측되는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일” 이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강점은 삶의 모든 행동과 의사결정에 암묵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는 경력을 형성하는데 근본이 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그 동안의 경력을 Value Pyramid로 정리했을 때 최상단에 위치할만한 것을 찾게 된 것이다. 이전보다 경력에 대한 자신감을 더 가질 수 있게된 시점이었다.

내 강점은 관찰이었다. 나는 관찰을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이었다.

 

할 수 있는 일의 연속성과 확장에 대해서

대략 내가 해온 일과 강점을 정리하고 나서 부가적으로 좀 더 고민해본 질문이었다. 그냥 내가 하던 일과 같은 업무를 가는 방법도 있지만 조금 더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3가지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보았다.

  1. 내가 해온 일은 기업의 규모와 상관이 없는가?
  2. 어떤 산업을 추가로 더 도전해볼 수 있는가?
  3. 현재 가능한 업무의 범위를 넓혀서 다른 업무에도 지원할 수 있는가?

큰 기업에서 업무를 하다 보면 단순히 업무량이 거대해지면서 그 결과로 분리되고 전문화된 직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세금계산서만 전담으로 발행하는 직무가 그러한 예라고 볼 수 있다. 안그래도 개개인이 일당백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직무는 스타트업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다시 말해서 이직을 할 수 있는 기업이 한정적일수 밖에 없다. 감사하게도 필자의 업은 이런 부분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적었다.

필자에게 문제가 되는 질문은 2번이었다. B2B에서만 종사했던 탓에 B2C를 지원하는 데는 약간의 부담이 있었다. 아무리 프로세스가 비슷하다 한들 디테일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신입과 경력의 차이는 “디테일과 예측력”이라고 바라본다. 따라서 B2C는 우선순위에서 제외하였다.

3번 질문은 타 질문 대비 리스크가 좀 있는 질문이었다. 만약에 1) 다른 업무를 경험해보고 싶거나 2) 딱히 이직하기에 좋아 보이는 자리가 없을 때에 대비해서 좀 고민을 해두었다. 필자의 경우 경력의 초반에 B2C 분석계 시스템을 운영/개발/설계해본 경험과 마케팅 기획의 경험을 기반으로 데이터 분석가의 길을 3번 질문의 답변으로 열어두었다.

이렇게까지 정리하고 나니 어떤 업에 대해, 어떤 산업으로 지원하면 좋을지 구체적으로 한눈에 보이게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조건에 부합하는 스타트업을 찾는 일뿐이었다.

 

채용하는 기업을 찾기

이 단계까지 오고 나서 채용하는 스타트업들을 찾아보기 시작하였다. 개인적으로는 다음 5개의 채널을 통해 채용하는 포지션들을 찾아보았다. 자세하게 해당 채널을 분석하지 않은 터라 평을 내리기는 어려우나 사용하면서 느낀 부분을 간략하게 정리해보았다.

  1. 로켓펀치(https://www.rocketpunch.com/)
    • 국내 스타트업을 찾아보기에는 가장 적합한 사이트였으며 전체적인 투자 유치 현황, 관련 기사 및 인프라 현황을 보기에 용이하였다.
  2. 엔젤리스트(https://angel.co)
    • 국내외 스타트업을 모두 검색하기에 적합하였고, 특히 국내 스타트업의 경우 해외에 진출하거나 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보기에 용이하였다. 다만 글로벌 플랫폼이다 보니 한국 사용자 관점에서는 이용하기에 살짝 불편할 수 있었다.
  3. 원티드(https://www.wanted.co.kr/)
    • 개인적으로는 가장 많이 접속한 곳이었다. 채용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설립된 스타트업인지라 근래 채용하는 직무들이 대략 어떤 직무인지 추세 등을 감을 잡기에는 좋았고 어떤 기업이 채용 프로세스를 진행하는지 파악하기가 용이했다.
  4. 잡플래닛(https://www.jobplanet.co.kr)
    • 다른 어느 곳보다도 회사에 대한 리뷰를 보기 용이하였다. 다만 스타트업의 경우 아직은 데이터베이스의 규모가 크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면접 및 회사 분위기에 대해 참고만 하였다. 그리고 채용 관련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듯하나 타 사이트 대비 아직은 발전해야할 부분이 많다고 판단했다.
  5. 지인
    • 지인이 일하고 있거나 잘 알고 있는 스타트업에 대해 타 사이트에서는 얻을 수 없는 히스토리나 내부 상황 등에 대해 빠르게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대략 가고 싶은 스타트업을 추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스타트업들 중 좋은 스타트업을 골라내기 위해서 했던 작업들은 다음회에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이전 글

글쓰기 연습 10회 연재작 (1) –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다.

글쓰기 연습 10회 연재작 (1) –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다.

사람은 잃을 것이 있을 때 절실해지기 마련이다 – 글쓰기의 시작

아마 지난주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끔 페이스북 친구인 이수경 님과 다양한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할 때가 많다. 주로 IT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많이 이야기하는 토픽이 하나 있다. 바로 글쓰기다.

개인적으로 2016년 신년 목표로 글을 쓰기 시작해서 2년 정도 꾸준히 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올해 5월부터는 기술이니 들을테크니들을 비롯해서 몇 개의 외부매체에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허접하지만 꾸준한 경험 덕분에 글을 전문적으로 쓰시는 분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리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얼마나 고민을 하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 그 덕에 수경님과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종종 할 수 있었던 듯하다.

그러던 차에 나는 한국으로 귀국하게 된 후 바쁜 일정으로 글을 이전과 같은 빈도로 쓰기 어려워지게 되었고 이에 대한 고민을 수경님께 토로하게 되었다. 그리고 대화 중에 나온 아이디어가 “돈을 걸고 글을 쓰자”였다. 말 그대로 꾸준히 글을 쓰지 않으면 돈을 내는 것이다. 사람들은 잃을 게 있을 때 비로소 더 절실해지기 마련이니 말이다.

그리고 이왕에 꾸준히 글을 쓸 거면 호흡이 긴 글을 써보는 게 본인에게도 좋고 글쓰기 실력에도 도움이 되니 10회 정도를 연재해보기로 하였다.

이에 나는 이번 외국계 대기업을 떠나서 스타트업에 입사하게 된 배경을 10회에 걸쳐 작성해보려고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바쁜 일정 속에 특정 주제를 새로이 선정해서 쓰기보다는 최근 삶 속에서 일어났던 주요한 의사결정이었던 이직을 두고 인과관계를 곰곰히 생각해보면서 쓰는 게 좋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사람을 만나다 

처음 스타트업 분들을 접했던 것은 이전 회사에서 마케팅 행사를 열었을 때였다. IT 외국계 기업의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면서 매번 모든 부서분이 가장 힘들어했던 것 중 하나가 현업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행사였다.

IT 업계에서 전설과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던 탓에 IT업무를 맡은 분들은 이전부터 모객이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하지만 점차 회사가 고객으로서 실무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고 이를 위해서 우리는 이전과 했던 방식을 탈피해서 현업, 특히 마케팅 관련 업무를 하고 계신 분들을 대상으로 네트워킹 행사를 조직하였다. 그리고 여기서 나는 스타트업 분들을 처음으로 만날 수 있었다.

그곳에서 100여 명에 가까운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비슷한 업무를 하시는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난 (그때는 말을 못 했지만) 꽤 충격을 받았다. 대기업에서 일하지 않는데, 기존에 주변에서 봤던 중소기업 분들과는 다른 열정을 표출하는 이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열정과 노력이 밥을 먹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 분들은 적어도 본인들이 한 선택에 대해 강한 책임감을 느끼고 여기에서 오는 리스크를 잘 감당하고 있었다.

그때 처음 내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게 되었다.

“대기업 타이틀 떼고 보면, 내가 이들보다 잘하고 있는 게 맞을까?”

회사의 타이틀을 빼고 살 수 있을까?

영국에서의 짧았던 1년여의 유학 생활은 이러한 고민에 도화선이 되었다. 영국에 가니 나를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한국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IT 기업의 지사에 있었다고 소개를 한들 그 약발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특히 전 회사의 특성상 어마무시하게 많은 직원수를 자랑하는 데다가, 근래 들어 IT 기업 간의 순환보직 같은 이직이 잦아지고 있던 상황에서 타이틀은 더 이상 효력이 없었다. 타이틀이 갖는 희소성이 많이 감소한 탓이다. 물론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기업 Top 100에 계속 포함은 되어 있었지만, 바깥에 나와서 보니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숫자에 불과하였다.

그리고 내가 있던 영국은 유럽권 내에서도 스타트업 문화가 상당히 활발한 곳이었다. 내가 있던 만체스터의 경우 대략 5,000개에 가까운 스타트업이 존재하고 있었다. 학교 도서관에만 가도 스타트업 공고문은 종종 쉽게 볼 수 있었다. 특히 타지에서 스타트업을 하고 있던 한국인을 만나게 되면서 잘 조성된 스타트업 문화를 보고 창업 준비를 하는 많은 영국인을 만날 수 있었다. 

1년 넘게 회사의 브랜드 타이틀을 뗀 1인으로 살아가고, 영국의 스타트업에 대해 계속 접하면서 나는 점차 1년 전과는 많이 다른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전에 리스크에 생각하지 않고 회피해왔다면 이제는 리스크에 익숙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나를 이끌고 있었다.

이제는 선택의 문제다.

창창한 나이에 안전한 곳을 떠나 스타트업에 왜 가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맞는 말이다.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규모의 경제는 정말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자산을 제공한다. 이 부분은 기업을 나왔을 때 그 가치를 비로소 실감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지식에 공헌하기가 어렵고, 이런 회사와 독립되어 나 자신만의 가치를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면 이를 그냥 높은 월급의 가치에 만족하며 이러한 상황을 감당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결정일까? 게다가 이런 것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은 한정이 되어 있다.

그래서 스타트업에 가기로 결정을 하였다. 대기업에서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자산에 대해 맛을 봤으니, 이를 직접 End To End로 다시 구현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결정이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회사에서의 경험 없이 바로 창업은 좋지 않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반영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어떤 스타트업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회에서 풀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