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디토리얼씽킹 - 우리의경험은 헛되지 않으며 앞날을 환히 비출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Editorial이란 단어의 뜻을 다시 한 번 찾아보았던 것같다.Editorial은 Noun 또는 Adjective로서 활용된다. 그 중 Adjective로서 뜻은 다음과 같다.
adjective: editorial
- relating to the commissioning or preparing of material for publication.
"the editorial team"
- relating to the part of a newspaper or magazine that contains news, information, or comment as opposed to advertising.
"there are now fewer editorial pages"
뉴스, 정보, 그리고 코멘트 등 잡지나 시문의 일부와 관련된 것 정도의 의미로 굉장히 애매모호하게 적혀있었다.
물론 책을 읽고 나니 의미가 모두 명확해졌지만, 처음 여기까지 검색하고 책을 읽어보려니 두어번 정도 포기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한명수님이 추천사를 적어주셨는데, 나와 다른 직군에 있다는 편견이 있어서 그런지, 역시나 더 책을 보지 않게 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중 세컨드 브레인 등 생산성과 관련된 단체카톡방에서 이 책이야 말로 정보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정보의 탄생을 잘 설명한다는 평을 보고 난 후 바로 읽어보기 시작하였다. 약간의 참을성과 함께 말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성격급한 나에게도 느긋하게, 하지만 집중하여 읽을 수 있을 수 있는 굉장히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다. 특히 저자의 견해는 10여년을 넘게 일하고 경력의 통합을 꾀하는 나에게 있어서도 너무나도 위안이 되는 이야기가 많았다. 예를 들어 다음이 그러했다.
P15 정확하게는 온 국민이 준 에디터가 된 게 아닌가 싶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이들이 SNS에 올릴 사진과 영상을 고르고 편집하고, 바디 텍스트를 쓰며, 자기만의 해시태그를 정해 콘텐츠 를 아카이브한다. 방대한 하이퍼링크 세상에서 필요한 정보와 지 식을 스스로 큐레이션해 상황별 추천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만들 고, 영감 수집 부계정을 운영하며, 정기적으로 뉴스레터를 발행 한다. '공급자 과잉의 시대' 이런 변화 안에서 창조성 역시 새롭 게 정의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멋진 현대미술 공간 팔레드 도쿄를 창립하고, 런던 테이트 브리튼에서 큐레이터로 재직하기도 한 미술 비평가 니콜라 부리요는 자신의 저서 『포스트프로덕션」 에서 이렇게 썼다.
이제 예술적 질문들은 '어떤 새로운 것을 우리가 만들 수 있는가?' 가 아니라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다.
그렇다. 우리 모두 굉장히 공급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고, 기존에 가지고 있는 것을 어떻게 비틀어보냐에 따라 역량이 결정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십년을 넘게 일하다보니, 하는 일에 대해서 어떻게 더 잘해야 할지, 그리고 시작점에서 결정나버린 것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쫓아갈지에 대해 고민하던 중, 지금 내가 가진 경험만으로도 무언가 시도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준 책이었다.
저자는 20년간 에디터로 일하면서 "의미의 최종 편집권"을 가진 것이 업에 대한 소중한 자산이라고 언급한다. 그리고 이런 의미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재료수집부터, 연상, 범주화, 관계와 간격, 레퍼런스, 컨셉, 요점, 프레임, 객관성과 주관성, 생략, 질문, 시각재료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책에서 각 챕터별로 소개를 한다.
기존의 생산성 관련 책들이 각 주제를 놓고 굉장히 치열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고민하는데 비해서는 이 책은 살짝 다른 각도 접근한다. 개인의 경험과 철학을 기반에 두고, 역동적이지 않지만 굵직굵직하게 소개를 하는 느낌이다. 독자로서 따라할 것을 권한다기 보다는 독자에게, "나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이렇게 생각한다"는 느낌이다.
저자는 이렇게 자신의 글을 쓰는 와중에도 자신의 경험과 여러 책을 버무려서 소개를 한다. 그리고 그 인용한 책들 역시 곳곳에서 다양하게 활용하고 개인의 생각과 버무려 말하면서 "에디토리얼 씽킹"이 무엇인지 시나브로 보여준다.
물론 워낙 잔잔하게 언급하다 보니, 중간에서 약간의 지루함이 들 수도 있었는데, 이 부분은 책을 곱씹으면서 읽으면서 해소될 수 있을리라 싶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에 제한을 둔 탓에 다소 성급히 읽은 듯해서 결국에는 다시 한 번 더 읽지 않을까 싶다.
어디선가 그런 말을 본적이 있다. 문학이든 공학이든 최종의 정점에서는 예술로 간다.. 라는 뉘앙스의 문장이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느꼈다. 아래 내용처럼 저자는 타인의 해석, 또는 중요성이 왜 삶에서 중요한지를 말하는데 이 부분에서 나는 버트란트러셀이 그의 저서 "행복의 정복"에서 왜 타인을 돕는 것이 중요한지 언급한 것이 생각났다.
P143 나는 핵심을 알아보고 구조를 조직하는 능력이 결국 타인에 대한 상상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내 이야길 들을 상대방 입 장에서 중요하다고 느낄 만한 재료가 무엇인지, 신선하다고 느낄 만한 내용이 무엇인지 상상할 줄 모른다면 핵심을 골라내기도 힘들 것이다. 창작자로서 '아, 이렇게 만들어볼까?', '아! 재밌겠 다!' 하면서 즉흥적 기분에 도취되는 경험도 분명 필요하지만, 그 건 최초의 시동을 걸기 위한 에너지로서 의미가 있다. 흥분되는 첫 마음이 지나고 난 뒤에 콘텐츠를 지탱하는 힘은 타인에 대한 상상에서 온다. 수용자에게 어떤 첫인상으로 다가갈지, 그들은 어느 순간에 어떤 마음으로 이 콘텐츠를 선택할지, 보고 난 뒤 에 무엇이 마음에 남을지 상상한 만큼 콘텐츠에 힘이 생긴다. 이 야기를 듣는 입장일 때도 마찬가지다. 표면에 드러나지 않더라도 상대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의도를 읽어내려 애쓰며 듣는 적극적 경청을 해야 핵심을 알아차릴 수 있다.
이 외에도 정보의 다면성이나, 객관성과 주관성 역시 삶의 지혜로서 너무 와닿는 부분이었다. 회사에서 중간관리자로 일하면서 얻게된, 주관과 객관의 혼란 등에 대해서 위로를 받을 수 있어 한 편으로는 힐링이 되는 책이기도 했다.
P153 정보는 언제나 다면적이다. 네트워크처럼 여러 갈래로 교차 하는 문맥 안에서 사물, 사건, 인물은 전방위적으로 의미를 뿜어 댄다. 나에게는 악역으로 보이는 누군가가 다른 맥락에선 선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고통의 이유처럼 느껴지는 어떤 사건이 다 른 맥락에선 초월적 성장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으니 나는 아무 입장도 취하지 않을래' 라는 태도로는 그 무엇도 창작할 수 없다. 주목이 가진 힘과 역 할을 이해해야 한다. 해석 가능성이 수천수만 가지일지언정 '나 는 이렇게 바라보겠다'는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에디터적 사고력 은 정보를 해석하는 자로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끊임없이 위치 와 관점을 의식하는 과정에서 길러진다.
P174 결국 설득의 문제다. 주관은 열등하고 객관은 우등한 것이 아니라 모든 건 주관의 산물인데, 어떤 주관은 여러 이유에서 설 득력을 가져 보편의 차원에 자리 잡는다. 냉철하게 숫자를 보는 비즈니스 세계도 마찬가지다. 경영자의 책상 위로 온갖 곳에서 기록한 데이터가 쌓인다. 숫자들은 중립적이지만, 그중 특정 지 표에 주목하고, 경영 여건에 대한 '판단'을 내려 '전략'을 세우는 경영자는 결국 자신의 주관을 바탕으로 일한다. 자기 버전의 현 실 인식 프레임을 제시하고 함께 일하는 구성원의 합의를 최대한 모으는 것이다. 편집도 그렇다. 주관적 관점으로 정리한 결과물 을 타인에게 보이고 합의를 모은다. 세상을 이렇게 보기 시작한뒤로 나는 이제 객관이라는 단어 앞에서 작아지지 않는다. 내 관 점, 믿음, 판단을 신뢰하고, 그것을 나 아닌 타인이 납득할 수 있 는 모양새로 만들어내려고 애쓸 뿐이다
개인적으로 문학이나 비문학에 대한 선호가 뚜렷한 탓에 종종 책을 재미없게 읽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고 해서 읽어보지만 금새 시들해지는 경우도 꽤나 다반사인다. 그리고 첫인상이 별로였는데 읽고 나니 인생의 중요한 책이 되는 경우도 허다한다.
이런 면에서 에디토리얼 씽킹은 올해 읽은 책에서는 최초로 4개의 별점을 줄 수 있는 책이었다. 나도 언젠가 하날 아래 모든 것을 잘 조합해서 나만의 글을 시간을 들여 만들어 보고 싶고, 이 또한 나를 표출할 수 있으며, 삶을 두고, 그리고 비즈니스를 두로고도 가능성 있겠다라는 희망을 제시해준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