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min read

[책]스코어보드를 끄고 일하라

Bill Walsh는 새벽 3시에 테이프 레코더를 켰다. 승리가 아니라 과정에 집착한 사람. 그리고 그 집착이 어떻게 챔피언을 만들었는지, DS 리더의 눈으로 읽었다.
[책]스코어보드를 끄고 일하라

빌 월시가 처음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감독을 맡았을 때, 그는 새벽 3시에 테이프 레코더를 손에 들고 잠에서 깼다. 머릿속에 떠오른 플레이를 잊지 않으려고. 그가 집착한 것은 다음 경기 승리가 아니었다. 리시버가 공을 잡을 때 팔꿈치 각도, 라인맨이 첫 발을 내딛는 타이밍, 그런 것들이었다.

이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은 건, 우리가 대개 반대로 살기 때문이다. 결과를 먼저 원한다. 그 결과를 만들어낼 과정은 나중에 생각한다.

월시는 이것을 Standard of Performance라고 불렀다. 승리를 목표로 삼는 대신, 조직이 매일 지켜야 할 행동 기준을 정의했다. 훈련장 청결부터 선수가 미디어와 대화하는 방식까지. 그리고 말했다. "스코어보드를 신경 쓰지 마라.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면, 점수는 알아서 따라온다."

데이터 조직을 처음 꾸릴 때 이 말이 떠올랐다. 당시 나는 팀원들에게 모델 정확도보다 더 자주 이야기한 게 있었다. 실험을 어떻게 설계하는지, 불확실성을 어떻게 문서화하는지, 동료에게 결과를 어떻게 설명하는지. 당장 수치가 나오지 않아도 그 기준을 반복하면, 팀이 스스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믿음이었다. "챔피언이 되기 전에 챔피언처럼 행동하라"는 월시의 말은, 그래서 DS 조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불편한 진실도 있다. 월시 본인이 번아웃을 겪었다. 슈퍼볼 우승 이후, 그는 탈진해 감독직을 떠났다. 아이러니하게도, 결과보다 과정에 집착한 사람이 과정에 잠식당한 것이다. 높은 기준을 세운 리더일수록, 그 기준을 자신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하다 탈진한다. 이것은 반면교사가 아니다. 시스템에는 안전밸브가 필요하다는 경고다. 기준을 세우는 것과 기준에 짓눌리는 것은 다르다.

월시가 감독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역할은 Teacher였다.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길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것. 리더의 레거시는 자신이 만든 결과가 아니라, 자신이 떠난 뒤에도 계속 좋은 결정을 내리는 팀에 있다.

스코어보드는 끄기 어렵다. 분기 목표, KPI 달성률, 팀 평가 — 숫자는 항상 켜져 있다. 그래도 가끔은, 새벽 3시에 테이프 레코더를 켜는 사람처럼 물어봐야 한다. 지금 내가 집착하는 게 결과인지, 아니면 그 결과를 만들어낼 기준인지.


"The Score Takes Care of Itself" — Bill Walsh with Steve Jamison and Craig Walsh (Portfolio,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