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실패를 통과하는 일“ -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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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업무상 던졌던 질문으로 인해 나는 CEO Staff으로 일하게 되었다. 실무와는 멀어진 업무로 갈등을 겪곤 했지만 결과적으로 CEO의 시야와 실무의 시야를 모두 가지게 된 것은 Low Hanging Fruit 치고는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던 것같다. 한가지 누락된 것이 있다면 빠르게 성장하고, 성공한 회사의 CEO Staff였기에 그 반대 경험은 없다는 것이 아쉬었지만 말이다.
이후 실무로 돌아와 바쁘게 일하면서 그 반대 경험에 대한 아쉬움마저 잊고 지내던 중,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결과”라는 관점에서 보면 “실패”는 특정한 과업(Task)의 상태에서 성공과 대치되는 개념으로 더 이상의 변화가 예기되지 않는 종결된 의미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실패”를 통과한다는 책의 제목부터 인상깊었다. “과정”의 관점에서는 통과가 가능한데, 이런 실패를 용납하는 것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튼 각설하고 이 책을 보면서 리더, 그리고 글쓰기 등 여러 관점에서 고민할 수 있었다.
첫번째, 컨텐츠 관점에서 좋은 글은 홀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간 읽고 보았던 컨텐츠를 나의 것으로 풀어나가는데서 탄생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컨텐츠를 좋아하는 저자는, 책의 곳곳에서 본인의 생각을 기술하는데 다양한 컨텐츠를 인용한다. “가난한 찰리의 연감”이라던가, ”월마트, 끊없는 도전“처럼 여러번 언급된 책 형태의 있고 투자자의 영문 블로그 컨텐츠도 있었다. 저자의 인용을 보면서 나는 그간 컨텐츠들을 어떻게 나의 것으로 받아들였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책을 구기는 것도, 밑줄을 치는 것도 거부한다는 미명 아래 책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을 미뤄왔던 나에게 경종을 울리는 시점이었다. 그렇다고 다른 컨텐츠라고 잘했는 가도 의문점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삶에서 보고 지나가는 컨텐츠를 소화하고 이를 글에 쏟고 비비는(?) 부분은 근본적으로 글쓰기에 대한 양적 부족과 질적 부족에서 기인된 문제였기에 저자의 글을 보면서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되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 무거운)아이패드를 출퇴근길에 가지고 다니고 있는데, 부디 변화된 나를 관찰했으면 좋겠다.아니 변화해보자.
두번째, 리더의 관점에서 보다 나에게 가까운 글을 볼 수 있었다. 여기서 나라고 함은 일개 구성원의 관점이라고 말하는게 맞을 수 있겠다. 리더로서의 관점에 대한 책은 그간 다양하게 읽었던 것같다. 특히 국내 리더에 한정해서 본다고 하며 최근에 본 책은 크래프톤 웨이였는데, 크래프톤웨이가 버티고 버텨서 성공했던 한 리더가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이에 반해서 실패를 통과하는 일은 보다 현실적인 리더의 고민을 개인적 자아의 관정메서 다루고 있었다. 창업이라는 것, 분명 힘든 일이다. 저자도 하드씽을 여러번 언급했지만 처음부터 강한 리더는 없다. 하지만 그 리더가 통과해야할 길은 고되고 고되다. 저자는 그 길을 지나가면서 자신에 대해서 질문하고 정리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인상깊었던 것은 회의전 스크립트를 만들었다는 대목이었다. 모든 리더가 내강외강하지 않다는 것, 하지만 삶을 걸고 달려들었을 때 견뎌낼수 밖에 없고 이를 견뎌내기 위해서 저자는 아마도 스크립트를 작성했으리라 싶었다.
이외에도 글 전반에 걸쳐 저자가 생각을 이어내가는 것도 책을 읽는 내내 잔상처럼 내 눈에 아른거렸다. 글에 대한 주제가 명확하다면야, 일필휘지로 글을 써내려갈 수 있다. 하지만 십중팔구, 아니 십중십구 이런 경우는 없다. 신변잡기적인 내용으로 시작해서 계속 짜내다 보면 비로소 성찰로서 글의 깊이가 더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컨텐츠로부터 시작해서 “나”라는 사람이 어떠한 사람인지 성찰해내가는 과정을 보면서 저자가 CEO라서 이런 책을 쓸 수 있다기 보다는, 자신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해나가는 과정에서 이런 글이 나왔구나 싶어 글을 보는 내내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이 보였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CEO 옆에서 수행한 경험때문에 더 몰입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 기대한 것은 창업은 어렵다였다. 하지만 읽으면서 창업은 당연히 힘들고 나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이 지리한 시간이 걸릴지언정 얼마나 중요하고 힘든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으며, 삶의 긴 여정을 생각해본다면 내 삶의 CEO로서 나 역시 실패를 잘 통과할 수 있도록 삶의 진지한 태도를 견지하고 잊지 않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