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차이, 시스템과 프로세스
연말이 되니, 그간 많이 보지 못했던 업계 동료들을 볼 자리가 많이 생긴다. 그리고 이러한 자리는 우리가 일하는 방식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곤 한다. 이직을 고민하는 생각이 서로 교차하면서 다양한 관점에서 비교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워낙 다양한 관점을 고려해야 하는 의사결정일 수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시스템과 프로세스의 성숙도를 통해서 기업을 구분하고 자신의 스타일을 여기에 결부하여 논의를 하는 편이다.
회사는 점차적으로 안정성을 갖추고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기 위해서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고민한다.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갖춤으로써 전문가의 능력을 흡수하고 어떠한 사람이 업무를 대체하더라도 회사에 영향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프로세스를 갖추고 운용하는데는 고정비용이 지출될 수 있으나, 회사에서 보다 중요한 업무에 집중을 하도록 구조를 개편하는데 필수라고 생각한다. ChatGPT로 대표되는 AI에 대한 높은 관심은 결국 회사의 업무 일부를 자동화함으로써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자동화는 속도를 더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과 프로세스는 사람의 창의력을 억제하는 부작용도 분명히 있다. 회사를 하나의 인격체로 생각하면 이유는 금방 이해될 것이다. 몸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발가락이 따로 논다는 것은 신체 운용에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실제로 짐 콜린스(Jim Collins)는 베스트셀러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에서 자신이 연구한 오래 지속된 기업들에게서 볼 수 있었던 공통점 하나를 "컬트와 유사한 문화"라고 소개했다.
"무기가 되는 시스템"의 저자 도널드 밀러는 이런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있을 때 비즈니스 전장에서 생존을 넘어서 성장할 수 있다고 시스템의 중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시스템과 프로세스의 성숙도에 기준해서 볼 때 스타트업과 대기업은 꽤나 상반되는 위치에 있다. 스타트업은 생존가능성을 극대화하는데 모든 경영활동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시스템과 프로세스는 정말 우선순위를 갖춰서 필요한 최소조건만 맞추는데 주력한다. 따라서 사람의 능력이 매우 중요할 수 있다.
따라서 구직자의 관점에서 우리는 자신의 업무스타일과 강점을 볼 때, 프로세스 기반 아래 일하는 것이 익숙하고 여기서 업무생산성이 높다고 하면 스타트업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프로세스가 없다면 프로세스를 만드는 데 더 좋아한다면 스타트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는 스타트업의 생존가능성이 지속가능성이 어느정도 담보가 되었을 때를 전제로 한다.
그래서 종종 대학 졸업 이후 취업준비생이 스타트업 지원 고민을 하면, 깊게 고민을 할 것을 조언한다. 도전할 수 있지만, 시스템 및 프로세스라는 최소한의 보호막이 없는 상황에(물론 사수나 상위조직장이 있을 수도 있지만) 노출되었을 때 그 스트레스는 사회초년생이 받기에는 가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관점에서 대기업에서 3~5년 정도 다닌 분들에게는 좀더 공격적으로 고민해볼 것을 이야기한다. 이미 배운 것이 있기 때문이다.
리팩토링(Refactoring)으로 유명한 미국의 개발자 마틴 파울러는 개인의 성장을 위한 전략으로 다음과 같은 말을 언급한 바 있다.
You can ChangeYourOrganization or ChangeYourOrganization
직역해보면 직장을 바꾸거나, 직장을 바꾸거나..라니 동어반복같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현 직장을 바꾸거나 다니는 직장을 옮기라는 뜻이다 꽤나 재치있는 표현으로 에자일컨설팅의 김창준 대표는 의미의 순서까지 감안하면 이 뜻은 결국 "바꿔보고 안되면 떠나세요"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제 생각해보자. 나는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바꿀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는게 익숙한가? 아니면 이 부분은 나와 맞지 않은가? 나는 이게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차이를 고민하는 하나의 관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