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놓치고 있던 미래, 먼저 온 미래를 읽고
장강명 작가의 책은, 유학시절 읽고 처음이었다. 유학시절 "한국이 싫어서"라는 책은 동기부여가 상당히 되는 책이었다. 한국을 떠나 새로운 정채성을 학생으로서 Build up 해나가고 있던 상황에서 이 책은 제목부터 꽤 솔깃하였다. 물론 결말이 기억날 정도로 인상깊은 책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장강명 작가의 책은 더 이상 읽지 않던 중, "먼저온 미래"라는 이 책을 접하고 있었다. 아마 지금 인공지능과 관련된 상황을 겪고 있던 것이 맞물려서 그러했는지 고민 없이 이 책을 다시 붙잡고 읽기 시작하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꽤 재미있게 읽었다. 생각보다 업계에 있는 사람에서 인공지능으로부터 수혜를 받은 경우만 집중해서 그런지 그 영향력에 놓인 사람들, 즉 대체되는 사람들의 입장은 크게 고민한 적이없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 산업군의 상황은 더더욱 소홀히 보고 있던 것이 이책을 통해서 여실히 드러났다. 내가 놓치고 있던 미래였다.
인공지능 1.0 시대는 AI 수법을 빨리빨리 받아들여서 이걸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넣기 한 시기입니다. 그러면 성적이 많이 올라갔죠. 이제 AI를 쓰는 사람과 쓰지 않는 사람 간에 격차가 있다는 건 모두 인정하고, 다들 AI를 씁니다. 그래서 최근에 2.0 시대가 열렸어요. 자신만의 생각과 AI 수법을 결합하는 시대예요. 예를 들어 어떤 기사가 생각하는 수가 AI 분석으로 이길 확률이 50퍼센트 아래라면 그건 포기해요. 하지만 이길 확률이 50퍼센트 이상인 수 중에서는 가장 수치가 높은 수를 택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수를 택하는 거예요. AI가 이길 확률이 63퍼센트, 58퍼센트, 51퍼센트, 47퍼센트인 수를 제시하면 47퍼센트인 수는 버리지만 51퍼센트인 수는 고를 수 있다는 거죠. 그러면서 자기의 개성을 뽑아내는 거죠. 그래서 지금은 기풍이라는 게 은근히 있어요.”
그 모습은 내가 당장 인공지능을 통해서 변화를 준 직후에는 알 수 없는, 시간이 좀 필요할 수 있는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었다. 인공지능을 통해서 효율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인간이 할 수 있는 부분이 필터링되고 이를 통해 다시 기풍이라는 이름 아래 인간이 할 수 있는 부분을 추구하는 것이 생긴다는 측면이 그러했다. 물론 이마저도 단순히 따라하는 풍토 속에 휩쓸리면 자동화되어버리겠지만 말이다.
이제는 AI 수법이 그냥 너무 바둑계에 스며들어서, 사실 이미 다 당연하게 그냥 두고 있어서 그런 고찰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가’ 그런 생각, 그런 고민 하지 않아요.
Fast Follwer 입장에서 살아오던 우리에게는 굉장히 위험한 부분이 아닐까도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방향을 고민하기 전에 방법론에 꽂혀서 실행하기 바빴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지금 영어유치원을 비롯해 여러 정해진 방법론 등이 정해진 길인것마냥 펼쳐지고 주위에서 들리고 있는데, 더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시점이기 도하였다.
이처럼 바둑이라는 산업군의 변화를 보는 것도 꽤 나에게는 의미심장하였지만, 저자가 속해있는 문학계에 대한 고찰도 꽤 흥미진진하였다. 인간을 규정하는 것이 "생각하는 힘"과 "창의력"이라고 줄기차게 들어왔지만, 이에 대한 고찰도, 고민도 그리 많이 보이지 않던 차에 이 책의 내용은 꽤 즐거웠다.
“팬들이 좋아하는 바둑은 사실 사람의 바둑이거든요. 컴퓨터가 수학 문제 푸는 듯한 모습을 보여줘서 팬들이 열광하는 게 아니에요. 프로기사들이 너무 인간적인 실수를 하고, 그걸 극복하고, 그렇게 역전이 거듭되는 과정에 흥미를 느끼고 재미를 느끼는 거죠. 인공지능 때문에 바둑계의 기술적인 진보는 분명히 일어나겠지만 그렇다고 프로기사들의 가치가 사라지거나 바둑대회가 없어지지는 않을 거예요.”
어디까지를 예술이라고 할 것인지에 대한 저자의 고민을 보면서 "인간다움"에 대한 고민도 함께 들었다.
과연 이렇게 인구가 많은게 필요할 것인가라는 생각도 함께 말이다.
모든 것이 바뀌게 될 이 시점에 나의 아이에게 나는 어떠한 이야기를 해야할까? 한 번 정도는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참 많이 들었다.
이런저런 넋두리를 중간에 두서없이 훑어보았지만, 그만큼 "업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해서 많은 생각을 던저주어서 최근에 읽었던 책 중에서는 가장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