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삶과 나의 삶에 대한 균형점의 의미
결국 죽고나면, 우리도 저렇게 쓰레기같이 악취만 나는 존재가 되어 버릴텐데.
음식쓰레기를 버리면서 코를 찌르는 악취를 맡게 되었다. 자연스레 숨을 참고 나는 빠르게 쓰레기를 버리는데 집중하였다. 그 떄 이 생각이 불연듯 머리를 스쳐나갔다. 2인 가족에서 3인가족으로 가족의 구조가 재편되어가는지 어느덧 2년이 되어가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때로는 자신의 삶을 완벽하게 디자인하면서 살아보겠다고 고민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 이러한 삶은 실질적으로 매우 어려웠다. 아버지로서의 정체성과, "나"로서의 정체성에 동일한 시간을, 아니 후자에게 더 많은 시간을 부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였기 때문이다.
최근에 살면서 가장 많이 받은 스트레스는 이 지점이였던 것같다. 이른바 성공한 사람들의 글 또는 책을 찾아다니면서 보니, 내가 가질 수 있는 시간은 크게 두가지였다. 첫 째는, 아이가 자고난 뒤, 잠깐의 한시간 남짓한 시간, 둘 째는 나의 잠을 줄여서 갖는 시간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두번째 시간을 확보하려고 애썼고 나도 그러했다. 하지만 아이가 중간중간 깨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첫번째만이 내 삶의 고독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나는 도태되고 있는 것같다는 생각이 지배하였다. 나는 담담히 아버지로서 삶을 받아들이면서 내 정체성을 내려놓기 시작하였다. 그게 답인 것같았다. 그러던 중, "익숙한 것과의 결별"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삶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구체적이며, 매일 아침 눈을 비비고 일어났을 때, 우리에게 주어지는 그것이 바로 삶이다. 그것은 지금 주어진 물리적 시간이기도 하고,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 자체 이기도 하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
이 구문을 읽으면서 아침부터 내 삶을 되짚어 보았다. 순간 나는 아빠로만 살아가고 있었을까? 그렇지 않았다. 나의 삶이 있었다. 그 느낌, 그 생각 버리기는 아쉬울 때가 많았다. 그걸 느꼈다.
심리학자 윌리엄 데이먼은 그의 저서 "아버지의 마지막 골프"에서 한번도 제대로 대화나눠보지 못한 아버지의 삶을 추적하면서 아버지의 삶을 재구성해낸다.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부모의 삶의 찰나, 편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어느 정도 지나면 한 번만이라도 부모님과 다시 이야기해보고 싶은 순간이 온다. 오직 부모님만이 답할 수 있는 그분들의 인생 이야기나 자신의 어렸을 적 이야기가 궁금할 수 있다.([[아버지의 마지막 골프 레슨 - 윌리엄 데이먼]])
나는 나의 아이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정신 똑바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레이텐센 교수가 그의 저서 "[[📦 How Will You Measure Your Life? - Clayton M Christensen James Allworth Karen Dillon (Editor|How Will You Measure Your Life?]]"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의 전문성과 삶이 합치되는 삶을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해야지 삶의 리소스가 절약되고, 나아가서 우미영 대표가 "나를 믿고 일한다는 것"에서 언급한 것처럼, 삶의 교집합을 극대화함으로써 삶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니, 그래도 마음이 좀 정리되었다. 가까이는 가족에게 잊혀지지 않는 존재로 남기기 위해서도 나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아버지로서 수동적인 삶을 갖기 보다는 그 균형점을 찾아서 극대화해야겠다. 그렇게 할 때, 나의 의미가 정리되고 이를 바탕으로 냄새가 되는 존재만으로 남지는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