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원칙과 철학이 있을 때 흔들리지 않는 것은 개발자도 매한가지, 개발자 원칙
어쩌다보니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제는 개발자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코딩을 할 일이 거의 없어졌지만, 개발이 주는 놀라운 매력이 있기 때문에 이 책을 다시 한 번 집어들게 된 같다.
이 책의 부제를 보면, "테크 리더 9인이 말하는 더 나은 개발자로 살아가는 원칙과 철학"이다. 원칙은 "많은 경우에 적용되는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을 의미하고 철학은 "세계와 인간에 대한 보편적이고 본질적인 질문과 그 대상에 대한 탐구가 주가 되는 학문"을 의미하기 때문에 뜻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근본적인 의미를 고민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한 부분이 있어서 이렇게 부제를 작성한 듯하였다.
여기까지 생각해보니, 최근에 데이터조직에 관한 글을 계속 쓰면서, 자연스럽게 본질적인 부분, 방향성, 맥락을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 결국 이 책으로 나를 인도하지 않았나 싶다. 스토리텔러로서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누군가의 고민과 답변을 들어볼 수 있는 것은 치트키를 쓰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이 책은 IT업계에서 종사하고 있는 9분의 시니어 개발자들이 생각할 때 "모름지기 개발자로서 나는 이런 생각을 갖고 업에 임해오고 있다"를 쓴 책이다. 함께 일했었던 박성철님을 시작으로 장동수님까지 정말 다들 다른 성향의 글을 작성해주고 있어서, 지금 나에게 필요한 부분을 발췌하면서 읽어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생산성, 그리고 통제변인을 파악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과 나누어 관리한 경험, 마지막으로 기술부채에 관한 부분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개발을 하는 이유는 결국 보다 효율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나에게는 생산성과 직결되는 게 너무 자연스러웠고,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을 시작으로 GTD까지 탐닉해오고 있기 때문에 공감대가 많이 가는 부분이었고, 비슷한 관점에서 최근에는 에자일을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와닿았다. 뭐랄까 왜 컴퓨터가 등장하였는가, 그리고 개발이 필요한가를 생각해볼 때 너무 자연스러운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통제변인에 대한 부분은 불확실성을 다루는 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것인데, 업과 삶을 분리해서 보지 않고 통합적인 관점에서 경영한다고 하면 너무나 당연한 부분인데 놓치고 있는데, 전혀 다른 전공의 분이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는 측면이 꽤나 반가웠고 그 관점에서 How Will You Measure Your Life? 책이 생각났었다. 워라밸이라는 단어만큼이나 삶과 일이 나눠져 있다는 것만큼 비효율적인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 나의 선택이고 통합될 수 있는 여지가 있기에 분리해서 관리한다는 것자체는 비효율적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기술부채였다. 주니어 시절에는 시니어 개발자가 버그를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보며 감탄한 기억이 있다. 그 때는 잘 몰랐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관리하는 시스템의 규모가 커지게 됨에 따라서 기술부채를 받아들이고, 또 제거해야 하는 시점을 함께 고민하기 시작하는 나를 보다보니, 마냥 기술부채를 매번 제거하는게 답이 아닐 수도 있고, 저자의 표현처럼 달리는 차에서 바퀴를 언제 바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비즈니스 차원에서는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전반적으로 보면서 느낀 점은 "나의 철학은 무엇인가?"였다. 철학이 없는 이는 없다. 그 것은 정신을 잃은 사람일 것이다. 모든 이에게 자신의 원칙과 철학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리하지 않은 것일뿐이다. 나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데이터 조직에 대해서 정리하면서 나의 철학을 조금씩 더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관점에서 가볍게 읽고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그런 책이었던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