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밑줄을 긋기 전 고민해야 하는 것

책에서 밑줄을 긋기 전 고민해야 하는 것
Photo by Nadine E / Unsplash

학교를 다닐 때 밑줄을 많이 친 것은 열심히 공부한 흔적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항상 열심히 그었다. 공부를 한 것을 티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줄을 그은 만큼 나는 성적이 어느 정도는 잘 나오는 것같았다. 물론 두어번 그을 때나 성적이 올랐지, 세번 네번 그을 때는 공부를 한다기 보다는 줄 긋는 것에만 몰두하는 것같았다.

그렇게 성인이 되고, 책을 읽을 때도 나는 드물지만 아주 가끔 밑줄을 긋는다. 이 책을 재독하고 소장하고 싶을 때 그렇다. 최근 들어서는 전자책(Ebook)을 보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줄을 그어 보는게 어렵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날이었다. 줄을 긋고 있는 나를 보며 왜 줄을 긋는 것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줄을 긋는다는 것은 다시 이 책을 볼 가능성이 있다는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얼마나 책을 다시 볼까를 고민해보니 생각보다 다시 보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게다가 밑줄 그은 것을 정리하는 경우도 많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는 왜 줄을 긋고 있는 것이었을까?

과거 대비 글을 많이 쓰는 나에게 있어, 책에서 읽은 내용도 그렇고 인터넷에서 본 것들에 대해서도 좋은 것들은 스크래핑을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고민을 그동안 하지 않았다. 어찌 보면 굉장히 비효율적으로 줄을 치고 있었던 것같았다. 학교에서 공부할 때는, 시험이라도 봐서 밑줄 친 내용에 대해서 보상이라도 받지, 지금 의미없이 치던 밑줄은 그야말로 굉장히 비효율적인 습관이 아닐까 싶었다.

평범한 결론 같지만 정보를 얻는 곳 중 한 곳이 도서관이다. 하지만 단순하게 책을 읽는다고 정보가 되지 않는다. 반드시 내 생각이 되어야 한다. 생각을 정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글을 쓰는 것이다. 글을 쓰면서 빈틈을 확인해 채울 수 있고 흐름을 명확하게 그려 나갈 수 있다. 메르, <1%를 읽는 힘>

각설하고, 그래서 밑줄을 치는 경우에 대해서 조금씩 정리해보기 시작하였고,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나와 공감대가 서는 내용에 대해서 줄을 치기로 하였다. 이러한 내용은 이후에 내가 긴 글을 쓸 때, 나의 글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늘 하던 대로 일하는 자연스러움이 손상될까 두려워, 글쓰기에 대해 절대 공부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대신 그들은 무의식적 습관에 파묻혀 휩쓸려가면서 그게 본능인 줄 착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힘있고 독창적인 작품을 쓰겠다는 그들의 꿈은 실현될 수 없다. - 로버트 맥키, <STORY :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두 번째, 이 책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핵심에 줄을 치기로 하였다. 해당 책을 읽게 된 이유는 궁금증과 이에 관한 질문을 해결하기 위함이었기 때문에 꼭 밑줄을 쳐야 하는 부분이다.

세 번째, 내가 몰랐던 곳에 밑줄을 치기로 하였다. 책을 읽는 것은 생각의 지평을 넓히기 위함인 것을 감안하면, 생각하고 있지 못한 부분에 줄을 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저자가 왜 그 이야기를 언급했는 것까지 이해하면 더 넓은 지식의 발산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이전에 시계열 모델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FFT(Fast Fourier Trasnform)을 공부하였을 때 이미 경험해본 바 있다.

우선 이렇게 세 가지 경우에 대해서 줄을 치기로 하였다. 더 늘어날 수도 있겠지만, 우선은 이렇게 밑줄의 의미를 정리함으로써 밑줄을 치는데 있어고 이후 액션으로 이어지고 생각의 지평을 넓힘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글을 보다 잘 쓰기 위한 큰 목적에 연결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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