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삼국지5 음악이 듣고 싶었던 이유
오늘 아침 삼국지5 음악을 들으면서 이 생각이 떠올랐다.
정확하게는 어떠한 연구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환경이 노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였던 것같다. 고령의 피실험자들을 대상으로 젋었던 시점의 환경을 조성하니 신체가 젊어졌다는 연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젊었을 때의 뉴스, 젊었을 때의 방송을 틀어주는 식으로 실험환경을 조성했더니 정말로 건강이 다시 완전히는 아니어도 일부 빠르게 좋아지는 효과를 보았다고 했다.
내게 있어 삼국지 5의 음악은 그런 것같다. KOEI에서 나오느 패키지 게임으로 내 삶에서 가장 비싸게 주고 샀던 게임으로 부모님의 선물이었다. 내 기억에 59,600원을 주고 구매했던 것같다. 당시는 치트키를 몰랐던 시점이기에 메뉴얼을 여러번 반복해서 읽어가며 내용을 달달 외었고, 수업시간에도 전략을 구상하면서 게임할 생각에 두근두근 댔던 기억이 난다.
이런 기억 탓인지 삼국지5의 음악을 듣다가 전투신에 등장하는 곡이 나오게 되면 나도 함께 마음이 불타오르고, 다소 서정적인 곡이 나오면 나도 서정적인 분위기에 몰입하게 된다. 이 때 느낌을 잘 살리면 마치 샤워할 때와 비슷하게 마음의 긴장감이 빠지면서 창의력이 마구 샘솟는다. 글감이 떠오르게 되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의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과거로 돌아가 행복한 기억만 떠올리게 할 수 있는 물건들의 힘은 강력한 것같다.
나에게는 이 음악이 그런 소재였다.
요즈음 "그렇게 죽지 않는다"라는 책을 읽고 있다. 암 말기에 들어서는 사람들을 3자의 시선으로 종합하여 담담하게 서술한 이 책을 읽으면 작년 말 아프고 나서 일어난 사람이라서 그런지 괜스레 측은함도 들지만 내가 삶의 끝자락에서 놓칠 수 있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부작용으로 전염병처럼 그 측은함과 안타까움, 삶에 대한 내려놓음의 태도가 모든 생각에 퍼져버려 힘들었는데, 음악은 그런 나를 다시 한 번 끌어 당겨 발걸음에 힘을 실 수 있게 도와주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살아야 하니까.. 라는 생각을 결론으로 뱉어내면서 말이다. 죽기 전에는 마지막으로 호흡을 들이 쉰다는 데 나는 반대로 이런 생각을 하면서 호흡을 뱉고 있었다.
이렇게 오늘 또 삶의 끈이 길어진다. 아니 길어지도록 힘내본다. 어렸을 때 들었던 음악이 또 나를 살려내면서 말이다. 이렇게 계속 길어지는 끈의 끝은 어디일까 사뭇 궁금해졌지만, 그 새 도착해버린 회사의 앞에서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버렸다.
음악은 그래서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