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를 넘어 구조적 측면에서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
작년부터 시작해서 정말 많은 책을 읽었던 것같다. 연단위 100권 이상을 읽었으니 아마 대한민국 연평균 독서량의 100명분을 혼자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책을 읽다보면, 어느 시점부터인가 모든 책이 다 비슷한 내용을 언급하는 것같아 흥미는 떨어지고 스킵하며 읽는 속도는 점차 빨라지기 시작한다.
언틋 보면 속독같이 보여서 대단해보일 때도 있지만, 책에서 활자 그 이상의 의미를 파보지 않을 때 속독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나는 대단해보이는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100여권의 책을 읽었다니 누가 봐도 대단한 숫자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읽고, 책에 대해서는 훈계나 발췌 그 이상 가지 못할 때도 많다. 뭔가 내용의 친숙함에 가로막혀 책의 내용에 대해서 더 생각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 읽었던 “전략적 사고의 11가지 법칙”이 그러하였다. 언틋 당연해보이는 내용을 빠르게 훑어보다가 나는 왜 이 책을 읽고 있나를 생각해보았나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기 시작하였다. 사이먼 시넥의 “Start With Why”를 보면서 책을 읽는데 Why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다짐한지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나는 또 잊고 책에서 내가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Classification을 하면서 끝장을 보았는지 여부만 체크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이 책을 읽고 난지 얼마 되지 않아 보고서를 써야 하는 과정에서 보편적-맥락적-실천적 정의를 활용할 기회가 있었고, 특정 용어에 대해서 조직 내에서 명확하게 정의하는 과정에서 이 책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왜 저자는 ”11가지 사고“를 풀어나갈 때 중간에 ”Clear Thinking”을 언급하면서 “보편적-맥락적-실천적 정의”를 왜 언급하였을지 고민해보기 시작하였다. 나아가 전략적 사고를 위한 법칙은 왜 11가지인지, 그리고 그 11가지의 순서는 어떻게 되었는지도 함께 고민해보기 시작하였다.
돌이켜보니 건건이 보면 이 당연해보이는 내용들을 저자는 어떠한 생각으로 엮어서 자신의 생각을 날카롭게 표현했는지 고민해본 적이 없던 것이다. 최근에 에세이 관련 출판을 고민했다가, 뾰족한 메시지가 없다는 평을 듣고 출판을 내려놓았는데 이 역시 동일한 선상에서 보면 나는 책을 읽을 때 의도적 훈련을 할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사실 역시 발견하게 되었다.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정말 많은 내용이 겹치게 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여러 책을 엮어 가면서 지식을 언급하게 된다. 굉장히 있어보인다. 하지만 다도서 측면의 아이디어 제시를 넘어 찰리 멍거가 언급한 다학문 관점의 지식으로 넘어가려면 구조적인 측면에서 지식의 전개방식을 고민해보고 그 지식의 코어를 바라봄으로써 더 상위 관점에서 지식을 꿰어보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이러한 생각에 맞는 호흡으로 적절한 분량의 책을 읽는 습관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칼 뉴포트의 ”슬로우 워크(Slow Work)”가 떠오르는 시점이다. 동시에 이는 에센셜리즘(Essentialism)의 덕목이기도 하다.
책은 활자에 불과하다. 아지만 활자를 가지고 와서 엮으려고 한 작가의 관점에서 보면 매순간 모든 책이 새로워보일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으면 책 읽기는 한동안 새로운 정보가 아니면 꽤 지루해질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