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스토밍, 사티어모델, 그리고 비즈니스의 지속 가능성

최근에 팀 내에서 이벤트 스토밍을 진행하였다. 이벤트 스토밍에 대해 충분히 알아보지는 못하였지만, 이벤트스토밍을 경험한 주위 팀의 높은 만족도를 보고 진행 결정을 하였다. 이벤트 스토밍이란 이벤트(Event)와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의 합성어로 이벤트를 중심으로 시스템을 분석하는 것으로 보통 워크샵 형태로 진행이 된다.

Source: Modeling your Domain with Event Storming workshop

4시간 넘게 진행이 되어 꽤나 힘들었지만 팀 구성원의 만족도는 꽤 높았다.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의미있었다. 새롭게 목적 조직을 셋팅한 이후, 많은 업무로 팀내 업무 조정을 리더로서 혼자 도맡아 해왔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형태로 팀을 운영하려면 내가 없더라도 팀은 운영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벤트스토밍은 좋은 선택지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까지고 리더로서 모든 것을 홀로 팀의 방향성을 다 짊어질 수는 없는 법이고, "비전을 위해 다음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집중해야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곧 2024년이니...)

그런데 이벤트스토밍을 하다보니 최근에 공부했던 사티어 가족치료 모델과 상당히 맞닿는 부분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사티어 모델은 테크니컬 리더라는 책에서 보았던 모델 중 하나로 상호이해를 돕기 위한 프레임워크로 비폭력대화와도 약간 맞물려 있어 개인적으로는 꽤 인상깊었던 모델이다. 사티어 모델에 따르면, 아래 그림과 같이 우리의 대화 이면에는 더 많이 고민해야할 Context가 존재한다.

Source: Iceberg: The three dimensions of Satir's model (Satir et al., 1991, as cited in Lee, 2002, p. 64).

팀이 커지게 되면, 시스템에 대한 모든 상황을 언급하기 보다는 중요하고 긴급한 부분에 대해 언급하게 되고, 직군간에 이 모든 내용을 공유하기는 쉽지 않아진다.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Iceberg의 tip만 오고갈 수 있는 상황이 된다. 이러한 부분은 이벤트스토밍을 통해서 완화될 수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군에 알고 있는 내용의 격차가 있을 수 있다는 상황은 인지할 필요가 있다.

예시를 팀으로 들었지만, 회사로 확장하면 모르는 구조에 대한 인지와 배려의 중요성은 더욱커지게 된다. 구성원간의 커뮤니케이션 비용으로 직결될 수도 있지만, 모르는게 당연하다는 것으로 간주되기 시작하면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비즈니스와 프로덕트는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의 입장만을 고려하고, 서로 다른 조직으로 인지하면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회사의 비전과 미션은 희미해질 수 있다.

구본형 선생님도 그렇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는 내부 조직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게 지금 어떻게 보면 많은 기업들이 처한 상황이 아닐까 싶다. 특히 최근 들어 고객경험(UX)가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경험은 고객이 모든 측면에서 브랜드에 대해 느끼는 인상이라고 볼 때(링크), 결국 고객은 이러한 내부의 분열을 말하지 않을 뿐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런 기업은 비즈니스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단언컨대 어려울 것이다.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하였을 때 직원수가 13명이었다는 이야기를 최근에 들었는데, 기술적인 역량도 있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시스템의 상황을 보다 면밀하게 모든 구성원이 인지하고 있는데서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 효율성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이벤트 스토밍이나 사티어 모델 모두 그렇다고 완벽한, 아주 좋은 해답이 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한 사람이 인지할 수 있는 정보의 총량은 모두 다르고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이즈 정리가 그러했던 것처럼, 적어도 내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불확실성을 알 수 있는 기회로는 충분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의미 있는 이벤트 스토밍이었던 것같다.

리더로서 팀을 이끌다 보면 커뮤니케이션에서 오는 무지와 이를 참아야 하는 시간은 정말 수없이 온다. 자연스럽게 기업 초기 회사의 성장과 맞물려 성장하는 즐거움과 흥분은 많이 사라져간다. 물론 이와 다른 재미는 있다. 기계를 정교하게 다듬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즐거움같은 게 그러할 것이다. 물론 모두가 이런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은 모르겠지만,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희망섞인 가정을 하면서 이벤트 스토밍에 대한 생각을 마무리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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