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관리자는 상위조직과 하위조직 중간에서 통역을 담당한다.
실무를 담당하다, 리더로 맞닥뜨릴 때 제일 먼저 당황스러웠던 것은 바로 "언어"였습니다. 운이 좋게 같은 직군에 속한 사람이 상위 관리자면 그래도 다행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위로 올라갈 수록 동일 직군인 경우는 점차 드물어집니다. 동일 직군 출신이어도 동일직군의 느낌이 많이 옅어진 경우를 만나게 됩니다. "언어"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전에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표와 기술적 접근 방식이 주된 언어였다면, 위로 올라갈수록 문제와 숫자만 이야기 됩니다.
비즈니스의 언어는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술조직에게 기대하는 바는 "이 문제를 풀 수 있는가"입니다. 기술조직은 비기술조직의 관점에서는 "기술로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와 경험을 가진" 조직입니다. 실리콘밸리의 오피니언 리더인 나발 라비칸트(Naval Ravikant)의 글은 지혜에 대해서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하였고, 이런 지혜가 행사되는 것을 "판단(Judgement)"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이 내용에 기반하면 "How"는 조직내에서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How에 대해서 팀내에서 오롯이 해결하기 어렵거나, 현재 해결중인 다른 문제와의 중재가 필요하여 "이 문제를 풀 수 있는가"에 지장을 준다면 이야기해야겠습니다만, 그렇지 않다면 굳이 이야기를 꺼낼 필요가 없는 사안이 될 것입니다. 종종 개발조직에서 굉장히 개발의 세부사항에 대해서 길게 언급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물론 많은 상위조직 리더분들이 들어주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회사의 상황이 급변해지면 이러한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개발조직의 리더로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선에서 최대한 문제를 어떻게 기술적으로 해결할지에 대한 내용은 소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상위조직과 하위조직에 맞게 문제를 요약하거나, 상세하게 설명하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일류의 조건"을 집필한 사이토 다카시도 언급하였지만, 상위로 올라갈 수록 요약의 힘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리더로 간다는 것은 결국 문제와 숫자(목표)에 보다 집중함을 의미합니다. 이를 위한 디테일이 때론 기술적 방법론으로 이어집니다.. 이 디테일은 실무와 논의할 때는 중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위로 갈 때는 문제와 숫자만 잘 덜어잰 핵심을 전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하여 이러한 차이를 잘 인지하고 상위조직과 하위조직을 구분하여 대화를 할 수 있을 때, 커뮤니케이션이 보다 잘 풀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