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메모하는가
삶의 주요한 가치에 관련된 것을 메모한다.
"의미 있는 삶을 위하여"를 쓴 알렉스 룽구는 온전하고 충만한 삶을 이루기 위해서는 삶에 대한 의식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한때 화제가 되었던 "미라클 모닝"을 기억하는가? 많은 사람은 미라클 모닝을 선보였던 저자 할 엘로드가 왜 그런 선택을 하였는지를 생각하지 않은 채 마냥 새벽에 일어나서 책을 함께 읽는 모임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 중의 상당수는 이탈하였다. 여전히 이 미라클 모닝 운동은 곳곳에서 볼 수 있지만, 왜 그들에게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지를 말해주지 않는다. "자기계발"을 위함이라고 설명하는 분들도 있지만, 왜 자기 계발을 해야 하는지, 지금 문제가 있는 사람이기에 해야 하는 것인지 여전히 아무도 대화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알렉스 룽구는 삶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를 확인하고 이를 시작으로 삶의 기틀을 세우고 하루를 살아가는 데 있어,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관점에서 볼 때, 나는 "무엇을 메모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가치에 관련된 것을 메모합니다"였다.
내 삶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는 가족, 건강 등을 포함해서 서너 개가 있다. 그리고 이 가치에 대해서 내가 바라보는 구체적인 상황이 있다면 그 상황이 이상적이라 할지라도 매일 그 상황에 도달할 수 있는 행동을 최대한 우선순위에 두고 진행하려고 한다. 자연스럽게 메모도 여기에 연결되어 작성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지금 내가 메모를 작성하고자 할 때, 메모의 작성 기준은 내 가치 실현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이다.
그렇게 가족, 건강 등의 가치에 관련된 것이 생각이 날 때 나는 메모를 항상 한다.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합니다.
매 순간 우리는 생각한다. 이 생각은 정말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이어진다. 통제가 잘되지 않는다. 그리고 어찌나 청개구리 같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고민하면 오히려 답이 잘 생각나지 않을 때가 많다. 이럴 때 나는 보통 자리를 털고 일어나 산책하거나, 샤워할 때가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오히려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때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창의적인 생각은 다른 의미로 컨트롤되지 않는다. 잘 고민해서 자리에 앉아서 정리해야지 하면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결국 그 자리에서 메모해야지만 떠오른 생각을 잘 정리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떠오르는 생각을 보다 잘 남기기 위해서 고민하고 이를 메모한다. 처음에는 키워드만 적었다. 하지만 그 키워드만으로는 내 생각을 복기하고자 할 때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화살표와 같은 흐름을 추가함으로써 메모의 전후 관계를 만들어 내면서 생각의 흐름을 그대로 메모로 옮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메모가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고 판단되면 그 메모를 했던 시간이나 상황을 같이 메모함으로써 메모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애를 쓰는 편이다.
업에 관련된 것을 메모한다.
시간으로 봐도 삶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영역이 업에 관한 시간이다. 앞서 언급한 가치 중에는 전문성도 포함이 되어 있기 때문에 업무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가급적 메모로 남기려고 한다. 게다가 COVID-19 이후 비대면이 가속화되면서 메모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처음에는 회의록으로써 메모를 어떻게 잘 쓸 것인지를 많이 고민하였던 것 같다. 회의의 참석자부터 시작해서 아젠다를 기록하고 회의를 요약해서 작성하던 것에서 멈추지 않고, 회의 전후에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액션 아이템을 함께 기록하는 식으로 점차 회의록을 발전시키면서 나를 위한 행동이 업무를 개선하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메모를 해나가고 있다.
이렇게 업무 메모의 대표적인 회의록을 꾸준히 작성하다 보니, 프로젝트나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원에 대한 기록도 함께 별도로 정리해서 남겨놓기 시작하였다. 회의를 프로젝트 단위로 묶고, 또 업무를 인원 단위로 묶어서 메모하게 됨에 따라서 업을 둘러싼 생태계가 그려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업에 대한 기록을 하나씩 남기고 그룹 단위로 묶어두면서 내 업에 대한 그림을 그려나가기 위해서 나는 오늘 메모를 하고 있다.
보고 들은 모든 것을 메모한다.
마지막으로 삶에서 보고 들은 것을 모두 쓰려고 애쓴다. 가치 기준을 걸쳐 필터링된 생각들은 언제 어떻게 쓰일 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의사결정을 할 때 너무나도 중요한 실마리로 쓰이는 경우도 많은지라 글은 최대한 남기려고 한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나의 언어의 한계들은 나의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고 말한 것처럼 어찌하였든 메모는 내가 소화한 만큼 작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되도록 너무 애써서 아주 길게 기록하려고 하지 않는다. 적절한 키워드와 그래서 이 회의의 목적이 어떤 것인지를 상기시키면서 메모하는 편이다.
"거인의 노트"를 쓰신 김익한 교수님은 회의가 끝난 이후에 메모를 작성하라고 하셨는데, 회의가 많은 업무의 특성상 되도록 회의 시간의 10분 정도는 일찍 끝내서 메모를 정리하거나 이후에 해야 할 일을 중심으로 내용이 누락되었거나 더욱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 어떤 곳인지 체크한다.
이처럼 메모하는 시간을 어느 정도 확보하지 않으면 메모를 관리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메모는 지금 내 지식을 대신 맡겨놓는 장소를 넘어 이후에는 그 메모를 찾아볼 수 있는 키워드 등을 제때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이후에 찾아보지도 못하고 그냥 기억에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고 들은 것을 소화해서 내놓되, 되도록 이후에 내가 어떻게 이 메모를 찾아볼 것인지를 고려하여 작성하는 편이다.
References
- 의미있는 삶을 위하여
- 거인의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