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조, 주관을 떠나 고요한 마음으로 사물을 관찰하는 힘

최근에 직장인과 문과생을 위한 수학교실 (이하 직문수)를 가볍게나마 들을 기회가 있었다. 수학이라는 거대한 학문내 주제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다루는 강의였는데, 개인적으로는 꽤 큰 소득이 많았던 강의였다. 무엇보다 "수학"이라는 것이 어떤 절대적인 진리라기보다는 탄탄한 근거를 통해 설명하는 학문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데이터 과학 업에서 일하면서 가장 의구심이 드는 부분 중 하나는 변수를 Continuous Variable, Categorical Variable로 나눠서 보는 부분이었다.  일정한 단위로 끊어서 구분이 가능하다는 자체가 다소 주관적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문수를 들으면서 이 역시 공리와 같은 믿음을 가지고 쌓아온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어 어느 정도 의구심은 해소가 되었다

이렇게 보면 어떤 믿음은 정리가 되고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되면, 그 위에 새로운 믿음을 쌓아서 점차 생각의 깊이를 더해나가는데 도움이 된다. 여기에 그 믿음이 반박당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과학은 빠르게 발전해왔다.

하지만 이게 모든 상황에 긍정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믿음은 잘못된 방향으로 사람을 인내하고 이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최근에 읽었던 상자밖에 있는 사람 이란 책에서 다루는 내용이 그러하였다.

통상 "상자"는 Think outside the box라는 관용어처럼, 어떤 선입견과 같은 의미를 가지는 데 이 책에서 의미하는 바도 비슷한 뉘앙스였다. 요지는 상자 밖에서 벗어나서 사람들을 대할 때 지속가능한 관계를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었고, 상자 안에서 노력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소용"이 없다는 의미였다.

회사내 리더간 대화를 통해서 "상자"의 의미를 알려주고 1) 상자안에서 벗어나와야 하는 이유, 2) 상자 안에 있을 때 인지하는 법 3) 나올 수 있는 방법 4) 리더십으로서 상자 밖을 나와야 하는 이유 등을 알려주는 내용으로 중간중간 판서를 한 내용을 요약해주다보니, 빠르게 내용을 훑어볼 수 있다.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어는 "자기배반"이었다.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인류애적인 감정에서 자기합리화를 하기 위한 일련의 행위였는데, 그 순간을 포착하지 않으면 이 책의 의미가 없을 수 있기 때문에 다분히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일전에 읽은 비폭력대화 만큼이나 여러 상황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꽤 괜찮은 책이었던 것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한자를 뽑는다면 단연컨대 관조(觀照)를 뽑는다. 관조는 주관을 떠나 고요한 마음으로 사물을 관찰한다는 뜻으로 10년도 넘게 일관성있게 좋아하는 단어이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 보니, 한 단어로 표현하면 관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더로서 항상 개인을 넘어 조직으로 개개인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은 달리 말하면 관조의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꾸준히 잊지 않고 다듬어야할 능력이고 상자밖에 있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사람을 움직이는 사람은 읽어볼만한 책이라, 이후에 친한 신임 팀장님들에게는 선물해도 좋겠다라는 생각이 든 꽤 괜찮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