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을 쓸 때 최소한의 양식을 갖추면 좋은 이유
육아휴직을 하면서 종종, 다양한 분들과 커피챗을 하게 됩니다. 이번에도 그렇게 커피챗 일정을 잡고 논의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저와 커피챗을 진행하신 분은 저를 좋게 봐주셨는지, 혹시 회사 입사 프로세스를 진행하실 생각이 있으실지 이야기를 주셨습니다. 그래서 가족과 이야기를 나눈 후 정중하게 메일을 써서 거절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받은 메일을 보았는데, 굉장히 당황스러웠습니다. 딱 세문장이었습니다. 정말 본인의 용건만 답변하는 내용이었습니다. "Yes, I Understand. Have a Nice Day."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인사, 서명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누가 봐도 길을 가다, 또는 점심을 먹다 폰으로 보냈을 법한 회사였습니다.
신입사원시절, 저는 다양한 에티켓 교육을 받았는데, 그 중의 하나가 메일이었습니다. 인사와 적절한 안부, 그리고 명확한 메일의 목적으로 시작되어 마지막에는 리마인드 등 메일을 쓸 때 꼭 넣어야 하는 양식을 가이드 받으면서 왜 이렇게 힘들게 써야 하나했습니다.
실제로 근무를 하다보면 외국인상사의 메일에는 한글자만 있는 경우도 있었으니 이상하지는 않았습니다. "Required" 뭐 이런 식으로 쓰여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그럼에도 서명과 Sincerely 등의 문구는 적혀있기는 했지만 이는 자동으로 삽입되는 상용구에 가까웠습니다.
그렇게 크게 신경쓰지 않고 메일을 작성해오다가 이런 메일을 받아보니, 이유를 명확하게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적절한 양식은 글이 갖춰야 하는 최소한의 요소를 만들어주고 있었습니다.
에티켓의 베이스라인을 만들어주고 있었습니다. 특히 회사 규모가 클 수록 대면의 기회가 많지 않고, 다양한 사람과 만날 때 이러한 베이스라인은 대화가 최대한 감정적이지 않게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아마 이 메일을 쓰신 분은 본인이 급하지 않고, 그리고 굉장히 큰 대기업에서 일하고 계시니 그러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아마 이렇게 메일을 쓰는 경우는 절대 없을 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