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전반에 걸쳐 일관성있는 철학을 가졌는가
가난한 찰리의 연감이라는 책을 읽기 시작하고 있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시기적인 부분과 맞물렸다. 얼떨결에 들어간 독서모임의 첫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적 여유와 상관없이 읽어야 했던 책이었다. 그리고 독서 모임에서 나는 무엇인가 말을 해야 했다.
독서모임을 시작하기 5분 전, 급히 책을 훑어보던 나에게 보이는 문구가 있었다.
기분이나 인식을 바꾸기 위한 화학물질 섭취
이 문구는 1강에서 찰리가 조니 카슨이 했던 축사 중 ”불행한 삶을 보장하는 처방“의 일부였다. 화학물질 섭취라는 번역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 부분과 상관없이 이 문구는, 이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행운에 속지말라“의 저자 나심 탈렙을 떠올리게 하였다.
‘월가의 현자‘로도 불리는 저자는 와인과 물, 그리고 커피만 마시는 것으로 유명하다. 확률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는 것에는 시간을 쏟지 않는 것이다. 물론 내 기억이 틀렸을 수도 있지만, 나심 탈렙을 떠 올리면서 나는 찰리 멍거가 굉장히 보수적인 접근을 즐겨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를 투자철학까지 연결해보니, 보수적인 접근이 어찌 보면 복리를 취하면서 안정적인 가치투자로 연결되었겠다는 생각까지 도달하게 되었다.그리고 이런 나의 중간결론은 내가 가지고 있는 잘못된 생각과 대척점을 이루게 되었다. 보통 공격적인 투자, 즉 하이리스크가 하이리턴을 가져다 준다고 이야기 한다. 그런데 보수적인 투자접근을 찰리가 한다고? 그런데 돈을 어떻게 벌었지? 하고 의심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잠시 생각에 빠져 앉아있다 보니, 독서모임의 시간이 되었고 얼렁뚱땅 나의 생각을 말하면서 이 시간을 마무리 짓고 퇴근길에 올랐다. 퇴근 길에 오른 뒤에도 생각의 꼬리는 끊어지지 않고 나를 부여잡고 있었고, 곰곰히 그렇게 시간을 투자 해보니, 보수적인 투자접근이 하이리턴을 가져다 줄수도 있겠다는 식으로 결론을 고치기 시작하였다.
투자수익은 결국 투자 종목에 대해서 시간과 수익률의 관점으로 연결지어 볼 수 있다. 투자 종목을 잘 고르고 초기 투자규모를 키울 경우 보수적인 투자방식으로도 돈을 충분히 벌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투자금액을 우선 1억까지 모으고 시작하라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지 않을까..
비슷한 맥락에서 되짚어 보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은 투자금액을 놔두고 기간을 키우는 방식을 짚은거라고 해석해봐도 되겠다. 하지만 하이리스크는 마음이 편안하지 않으니, 역시 보수적인 접근 방식이 더 현실적이지 않나 싶었다.
각설하고, 가난한 찰리의 연감을 보면서 삶까지 뿌리내린 투자철학에 대해서 나는 어떠한지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삶과 일치된 투자, 일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마치 사이토 다카시가 말하는 일류의 조건에 나온 이야기와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삶을 동경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글을 쓰기 위해 최적화된 삶 말이다. 이기적일 수는 있지만, 누구나 꿈꾸는 일치된 삶..그런 삶 말이다. 등가교환되는 것이 있지만, 그런 삶을 가지기 어렵기에 반대급부의 모습을 희망하게 되는 듯하다.
여튼 카슨이 말하고 찰리가 인용한 한 문구 덕에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이렇게 물흐르듯이 가져볼 수 있던 것만으로 미소를 지어보며 하루를 마무리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