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꺾인 신뢰, 500원 그 이상의 여파

아내가 갑자기 매운 것이 먹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고 아주 매운 것은 못 먹기 때문에, 그간 먹었던 것 중 아내가 매웠다고 한 음식을 제안하며 골라보라고 하였다.  그렇게 선정된 음식이 바로 골뱅이 무침과 소면이었다.

안그래도 작년에 동네 치킨집에서 먹은 골뱅이가 기억나 배달앱에서 찾아보았다. 골뱅이 무침이 있었고 17,000원이었다. 혹시 포장도 가능할까 보니 포장으로 하면 500원 할인 옵션이 있었다. 그래서 포장으로 결제하려고 했는데 마침 나가는 길이어서 그냥 전화로 주문을 하고 가게를 찾아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포장은 수수료가 없다지만, 그래도 새해이고 가게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으로 전화주문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러한 결정을 한 것 같다.

전화를 하고 15분 정도 후에 가게에 도착했다. 그리고 골뱅이 무침 가격을 물어보았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가격은 17,000원이었다. 앱으로 주문하였을 때 더 저렴하다니 이상하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포장수수료가 없다면 결국 전화주문과 앱주문에서 포장은 동일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에서 그랬다. 500원은 17,000원의 2.9%에 해당하는 금액인데 굳이 차등을 둘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정책에 대한 일관성이 보이지 않아서 다소 이상하게 보였다.

모든 것(All Things)에 가격이 매겨지는 세상이다. 중소상공인이라고 해도 자본주의 앞에서는 모두 냉정하게 평가받는 세상이다. 그리고 그 냉정함은 중소상공인이 다수를 차지하는 음식배달 시장에도 빠르게 스며든지 오래이다. 저런 500원 차이를 가게가 신경써야 한다고 말하기는 여전히 동네분들이 하는 가게라서 어렵지만, 눈감아준 시간 속에 이런 부분까지 파고들어가는 몇몇 성공한 사람들이 음식시장을 빠르게 장악해나가고 있다.

2023년 설이 지나간다. 부디 나만 이런 가격차이를 인지하고 조용히 별일 없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날씨가 춥고 시장도 치운 요즈음, 태어날 아이를 봐서라도 조금은 따뜻한 세상이 오래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