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메타인지를 키워줄 수 있다.

최근 들어 소설을 거의 읽은 적이 없다. 읽다가도 책을 빠르게 넘기기 일쑤였다.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는 측면에서 감정 묘사 등을 파악하기 보다는 대신 사람들이 말하는 대사 속의 복선을 살펴보았던 것같다. 자연스럽게 소설은 무협지 외에 점차 읽지 않기 시작하였다. 그게 최근 1~2년간의 상황이었던 것같다.

분명히 과거에는 소설을 읽다가 밤을 새기도 하였는데 말이다. 물론 무협 또는 역사 등의 소설이었지만 책을 중간에 스킵하고 읽거나 한 적은 없었던 것같다. 바빠짐에 따라서 보다 책에 들어가는 시간을 최적화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였지만 소설을 이렇게까지 안 읽었던 적은 오랜만인 듯하였다.수필도 비슷한 맥락에서 안 보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차에 최근에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에서 시험에 기반한 능동적 인출학습에 대한 구절을 읽게 되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게 되었다. 리더의 관점에서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인지하기 시작하였다.

가장 눈에 띄는 연구 결과는 능동적 인출의 일종인 시험이 기억을 강화 하며 인출에 많은 노력이 들어갈수록 보상도 크다는 내용이다. 모의 비행 훈련과 파워포인트 자료 읽기를 비교해보라. 간단한 시험과 반복 읽기를 비교해보라. 배운 내용을 기억에서 인출하는 것에는 두 가지 큰 이득이 있다. 첫 번째는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집중적으로 공부해야 할 취약한 부분이 어디인지 알려준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배운 것을 회상 함으로써 기억이 탄탄해지고 기존 지식과의 연관성이 강화되어 나중에 회상하기 쉬워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인출(시험)은 망각을 막아준다.

일반 기술서적과 달리 소설은 독자에게 목차를 통해서 뚜렷한 길을 알려주지 않는다. 유추할 뿐이다. 따라서 독자는 책을 읽는 내내 글의 맥락을 잊지 않도록 암묵적으로 요구받으며, 동시에 글에서 인물들이 어떠한 포지션을 가지고 내용을 전개해나가지 잊어서는 안된다. 다시 말해서 저자는 계속해서 소설의 내용을 음미하며 비평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함을 말한다.

이러한 경험은 메타인지를 키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메타인지란 쉽게 말하면 "Thinking about One's Thinking"으로 독자는 저자의 생각의 세계(=소설) 속에서 계속 또 생각을 하는 훈련을 소설을 통해서 할 수 있다.

이전에 "업무 관점에서 인출연습은 요청부서의 입장에서 업무를 돌아보는 것이다."라는 글을 기고한 적이 있는데,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소설을 읽는 것은 업무를 학습하는 기초훈련으로 활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소설이 아닌 비문학 역시 비슷한 훈련이 가능하지만, 목차만으로 내용을 가늠하기 어려운 것을 감안하면 소설이 보다 높은 난이도의 훈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내가 힘들어 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 훈련이 익숙해지면 여러 책간의 융합을 시도할 수 있는데 이 역시 "세컨드 브레인"에서 나온 CODE 방법론과 겹치게 된다.

이렇게 작성하고 나니 좋은 소설이 얼마나 의도적 훈련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알 것 같다. 원서 뿐만 아니라, 소설도 독서계획을 세울 때 포함해야겟다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었다. 바로 액션으로 옮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