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클루지 (Kluge)

닥치는 대로 체계가 구성된 유일한 이유는 이전에 있는 것을 기초로 그 다음 진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클루지(Kluge)란 어떤 문제에 대한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 해결책을 말한다.  공학에서 세련되지 않았음은 다시 말해서 "개선될 수 있는 여지"가 있거나, "더 좋은 여지"가 있는 상황임을 말한다.

그래서인지 저자도, "How to design a Kludge?"를 인용, 클루지는 "잘 어울리지 않는 부분들이 조화롭지 않게 모여 비참한 전체를 이룬 것"이라고 언급한다. 그만큼 클루지가 좋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스타트업에서는 이를 기술부채(Technical Debt)

이는 인류의 발달과도 절대 무관하지 않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상황을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존의 방식에 하나씩 수정해나가면서 천천히 발전하였다. 이 책은 우리 삶속에 녹여져 있는 쿨루지들을 다음 영역 별로 소개하면서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제안한다. (참고로 이 책을 보면서 느꼈지만, 스티븐 핑커스는 참 다양한 책에 추천사를 쓴다. 즉 그 분의 책이 아무리 좋더라도, 스티븐 핑커스의 추천사를 무조건 신뢰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prologue. 클루지 - 생각의 함정들, 그러나 생각의 무기들
  • kluge 1. 맥락과 기억 - 모든 클루지의 어머니여, 인지적 악몽의 원흉이여!
  • kluge 2. 오염된 신념 - 속아 넘어가도록 타고난 사람들
  • kluge 3. 선택과 결정 - 진화의 덫에 걸린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
  • kluge 4. 언어의 비밀 - 언어,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다
  • kluge 5. 위험한 행복 - 무엇이 정말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 kluge 6. 심리적 붕괴 - 마음이 언제나 정상 작동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 epilogue. 13가지 제안 - 우리들의 세계를 현명하게 만드는 법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는 어떠한 현상이 자주 나타나는지 복기해보았다. 책을 약 일주일 가까이 붙잡고 천천히 읽다보니, 삶을 살아가면서 그때 그 때 나타나는 클루지를 리뷰해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선택과 결정에 있어서 전형적인 클루지로 돈을 상대적으로 계산하는 부분이 그러했다. 평소에는 2만원을 쓰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면서, 온라인 강의 23만원에서 20만 1천원을 할인해주는 것을 보고 2만 9천원을 빠르게 결제한 경험이 대표적 예 중 하나였다. 그 때 생각을 다시 복기해보면 확실히 어떤 근거보다는 미래에 추상적인 의의를 두고 결제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는 저자가 말한 13개의 제안 중에는  굵게 처리한 세 개의 제안이 지금 가장 필요하게 느껴진다. 1~3번의 제안은 데이터과학을 하는 입장에서 항상 습관처럼 뱉어서 다행이기는 하나,  Bold로 표시한 제안은  감정적인 부분과 연결되어서 자주 잊는 듯하다.

  • 문제의 틀을 다시 짜고 질문을 재구성하라
  •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가 아님을 명심하라
  • 여러분이 가진 표본의 크기를 결코 잊지 마라
  • 자신의 충동을 미리 예상하고 앞서 결정하라
  • 막연히 목표만 정하지 말고 조건 계획을 세워라
  • 필요하거나 마음이 산란할 때는 되도록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말라
  • 언제나 이익과 비용을 비교 평가하라
  • 누군가가 여러분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상상하라
  • 자신에게 거리를 두어라
  • 생생한 것, 개인적인 것,일화적인 것을 경계하라
  • 우물을 파되 한우물을 파라
  • 합리적으로 되려고 노력하라

사회과학에는 "ceteris paribus"라는 라틴어 문구가 있다.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문구로, 전통 경제학에서는 "인간은 모두 합리적인 동물이다"라는 가정을 말할 때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의 등장도 그렇고, 확실히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 이제는 당연시 되어가는 현실 속에서 다시 한 번 어떻게 합리적이지 않은지 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책인 것 같다. 물론 살면서 매순간 생각을 리뷰해보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