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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창업자도 버스지수다

살아있는 창업자도 버스지수다

버스지수(bus factor)를 셀 때 우리는 늘 같은 그림을 그린다. 핵심 개발자가 갑자기 사라진다. 그가 쥐고 있던 지식이 같이 사라진다. 그래서 문서를 쓰고 페어링을 하고 인수인계 문서를 만든다.

그런데 2026년 Rails에서 벌어진 일은 그 그림에 안 들어간다. 아무도 사라지지 않았는데 프로젝트가 흔들렸다.

DHH는 Rails를 떠나지 않았다. 활동 중이고 코드도 쓴다. 그런데 커뮤니티 일부는 코어를 포크한 Amiko를 시작했고, Sidekiq은 컨퍼런스 후원을 철회했고, 유지관리자들이 떠났다. 지식은 한 조각도 사라지지 않았는데 프로젝트는 흔들렸다.

내가 처음 내린 진단

그래서 처음엔 이렇게 정리했다. 이 유형에서 깎이는 자산은 지식이 아니라 신뢰다. 신뢰는 문서화로 백업되지 않는다. 게다가 인물이 활동 중이니 인수인계라는 이벤트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 역할 축소를 선언해도 상표·이사회·최종 결정권이 여전히 한 사람에게 묶여 있으면 실질은 그대로다.

그러니 해법은 지식 분산이 아니라 권한 분리다. 상표, 릴리스 권한, 거버넌스 의결권을 미리 다른 축으로 떼어놓아야 한다. 사후에는 늦다.

깔끔한 결론이었다. 그리고 틀렸다.

반례 하나로 무너졌다

Linux를 놓고 보면 이 진단이 서지 않는다.

Linux 상표는 Linus Torvalds 개인 소유다. 재단은 독점 라이선시로 관리할 뿐이다. 형식만 놓고 보면 Rails와 거의 같은 구조다. 심지어 2018년에는 Linus 본인의 공격적 언행이 문제가 되어 사과하고 커널 개발에서 물러났다. 겸직도 있었고 외부 정치 노출도 겪었다. 내 진단대로라면 무너졌어야 한다.

무너지지 않았다.

갈린 지점은 권한 분리가 아니었다. Linux는 상표도 최종 결정권도 분리하지 않았다. 갈린 건 Greg Kroah-Hartman이라는 이름이 실재했다는 것이다. 검증된 제2 메인테이너가 있었기 때문에 몇 주의 공백이 위기가 아니라 그냥 정상 운영이었다. Rails에는 그 자리가 비어 있었다.

버스지수라는 말 자체가 오해를 부른다. 이 말을 들으면 운전자가 사고를 당하는 장면만 떠오른다. 실제로 더 흔한 사고는 운전자가 운전대를 계속 잡은 채 승객들과 목적지를 놓고 싸우는 상황이다. 그때 필요한 건 예비 열쇠가 아니라 운전대를 잡아본 적 있는 사람이다.

Vue.js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Evan You 한 사람에게 의존한다는 지적은 오래 나왔지만 붕괴로 이어지지 않았다. 완화 경로는 권한 분리가 아니라 코어팀 확대와 재정 투명화였다.

남은 명제

반례를 통과하고 남은 형태는 이렇다.

리스크는 겸직 자체가 아니다. 겸직 + 대체 리더십 부재 + 외부 정치 노출, 이 셋이 겹칠 때 무너진다.

셋 중 둘까지는 견딘다. Linux는 겸직과 정치 노출을 겪었지만 Greg K-H가 있었다. Vue는 겸직과 대체 부재를 안고 있지만 정치 노출이 없었다. Rails는 셋이 다 겹쳤다.

그래서 처방도 바뀐다. 권한 분리는 여러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 더 싸고 확실한 건 검증된 제2 리더를 실제로 세워두는 것이다. 조직에서 상표와 의결권 구조를 다시 짜는 일과 대신 판단할 사람을 한 명 키우는 일 중 무엇이 현실적인지는 굳이 비교할 필요도 없다.

팀으로 가져오면

이 구조는 오픈소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 사람에게 기술 판단과 대외 커뮤니케이션과 의사결정 권한이 동시에 겹쳐 있는 구간은 어느 팀에나 있다. 그리고 그 겹침은 그 사람이 유능할수록 자연스럽게 커진다. 유능해서 맡기고, 맡기니까 더 잘하고, 그래서 더 맡긴다. 유능함은 안심의 근거가 아니라 점검의 신호다.

다만 겹침을 없애는 방향으로 달려들 필요는 없다. 겹침을 해체하려다 팀의 속도만 깎는 경우를 여러 번 봤다. 물어야 할 질문은 하나다. 그 사람이 3주 빠졌을 때 대신 판단할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가. 실명이 나오면 겹침은 견딜 만한 리스크다. 이름이 안 나오면, 그건 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설계 문제다.

세 가지만 남긴다

  1. 버스지수는 사람이 사라지는 경우만 세면 안 된다. 멀쩡히 있는데 방향이 갈라지는 경우가 더 흔하다.
  2. 겸직 자체는 죄가 아니다. 대체 리더십 부재와 외부 정치 노출이 함께 겹칠 때 터진다.
  3. 처방은 권한 분리가 아니라 검증된 제2 리더다. 실명이 나와야 실재한다.

여러분 팀에서 그 사람이 3주 빠지면, 대신 판단할 사람 이름이 바로 나오나요?